구속집행정지로 잠시 풀려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고인의 영정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김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부산 민예총, 조문글귀 담아 500여개 설치
위안부 할머니 “살아있을때 올 걸” 눈시울
에바다 사태 관계자들 “큰 도움 주셨는데…”
위안부 할머니 “살아있을때 올 걸” 눈시울
에바다 사태 관계자들 “큰 도움 주셨는데…”
봉하마을 닷새째 표정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슬픔이 언제 끝날까요’, ‘밀짚모자 쓰고 자전거 타던 대통령 당신이 그립습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만장’이 높이 솟아 휘날렸다.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행적에 대한 재조사로 뒤숭숭한 가운데서도 노 전 대통령의 지인들과 시민들의 조문은 닷새째 끝없이 이어졌다.
[하니뉴스] “바보 대통령님 바보세상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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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봉하마을에는 부산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이 약 5m 길이의 대나무에 노란색과 흰색 깃발을 달아 만든 500여개의 만장이 거센 바람에 나부꼈다. 조문객들은 봉하마을 1㎞ 밖 금봉마을 삼거리에서부터 분향소가 설치된 봉하마을까지 걸으면서 양쪽 길가에 설치된 만장에 적힌 글귀들을 음미했다. 글귀들은 조문객의 슬픈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더 아프게 만들기도 했다. 만장을 설치한 부산 민예총의 정승천 전 사무처장은 “조문객이 쓴 조의록과 누리꾼들의 글 가운데서 뽑아 만장에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들 만장은 26일 자정께부터 27일 아침 7시까지 부산 민예총 회원 15명과 자원봉사자 20여명, 그리고 자발적으로 만장 설치에 참여한 3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었다. 정 전 사무처장은 “장례식은 유족과 정부가 꾸린 장의위원회에서 치르니, 우리는 직접 만장을 만들어 우리 방식으로 그분을 보내드리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도 생전의 노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분향소를 찾아 ‘너무 늦은 재회’를 안타까워했다. 18년째 수요일마다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일본 정부의 사죄를 요구해온 이용수(82) 할머니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봉하마을을 찾아왔다. 이 할머니는 “노 전 대통령께서 재임 기간 내내 명절 때면 술·과일 등 제사상에 올릴 물건들을 보내주셨는데, 살아 계실 때 오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1996년 장애인 시설 비리를 둘러싸고 일부 원생이 재단에 7년간 맞선, 이른바 ‘에바다 사태’의 관계자들도 이날 봉하마을을 찾았다. 당시 교사로 옛 재단에 맞서다 해직됐던 권오일 교감은 교사와 청각장애 학생 45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꽃을 바쳤다. 권 교감은 “6년 넘게 끌어왔던 에바다 사태 해결에 앞장섰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으로 학생들과 이곳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 이날 밤에는 안대희 대법관이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은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많이 썼다”며 “이렇게 슬프게 가서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안 대법관은 노 전 대통령과 사시 17회 동기생으로 노 전 대통령 재직 때 대법관에 임명됐으며, 대검 중수부장 시절 헌정사상 초유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참여정부 시절의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노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동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 이종왕 전 대검 수사기획관 등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와 영전에 꽃을 바쳤다. 김해/권오성 정유경 기자 sage5th@hani.co.kr
구속집행정지로 잠시 풀려난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27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한 뒤 장례위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해/이정아 기자
구속집행정지로 잠시 풀려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7일 오후 가족과 함께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분향소로 들어서며 눈물을 닦고 있다. 김해/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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