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전해철 전 민정수석이 26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객을 맞고 있다. 김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빈소 지키는 노무현 사람들
국민장 운영위원장 맡아 조문객 일일이 접견
이호철, 장례절차 준비…김경수, 유가족 돌봐
국민장 운영위원장 맡아 조문객 일일이 접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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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운명적 동지로 맺어진 이들이 ‘상주’가 되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는 걸 알리는 ‘슬픈 브리핑’을 맡았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봉하마을 장례를 중심에서 이끌고 있다. ‘국민장’ 운영위원장도 맡은 그는 빈소에 온 인사들을 접견하며 노 전 대통령이 떠나는 길이 외롭지 않게 해주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봉하마을 어귀에서 일반 조문객의 울분에 가로막혀 돌아설 때도 몇 백 미터를 걸어나가 양해를 구한 것도 그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심신이 쇠약해진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를 자택에서 직접 만나 위로하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권 여사 걱정이 많이 된다. 본인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죄책감이 커서 그렇다. 상중에는 (사람들이 많아) 그래도 낫지만, 나중이 더 문제”라고 걱정했다.
[하니뉴스] 봉하마을의 잠들지 못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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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이별의 순간뿐 아니라 1982년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인연을 맺은 이후 27년간 늘 함께한 사이였다. 그는 당뇨 등이 겹쳐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그만둔 뒤 네팔에 머물 때도 노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해 변호인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그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을 때 방에 같이 들어간 담당 변호인이었다. 참여정부 한 인사는 흐트러짐 없이 빈소를 지키는 문 실장에 대해 “흥분하는 법 없는 그는 항상 노 전 대통령의 최종결정을 따라주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이 노 전 대통령 삶 끝자락의 비서실장이자 변호인이었다면,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거꾸로 노 전 대통령의 변론을 받으면서 인연을 맺은 사이다. 이 전 수석은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민주화 투쟁을 하다 1982년 ‘부림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과정에서 무료 변론을 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바로 이 사건은 노 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로 거듭나는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이 전 수석은 참여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 민정수석으로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참여정부 386 참모들의 군기반장 노릇을 했다.
전세금을 빼 지난 3월부터 아내와 같이 세계 배낭여행을 하던 그는 이란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전하는 <비비시>(BBC) 방송을 보고 지난 24일 귀국했다. “처음엔 오보인 줄 알았다”던 그는 ‘오보’일 수 없는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빈소에서 자신의 ‘변호사’ 노 전 대통령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는 ‘작은 비석’만을 원했던 노 전 대통령의 비석에 어떤 글을 남길지, 영결식과 노제는 어떻게 할지 등 장례 절차 핵심 논의에도 참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봉하마을에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백원우 민주당 의원,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 등 많은 노무현 사람들이 슬픔을 삭이며 ‘빈소’를 지키고 있다.
빈소에 있는 한 참여정부 출신 인사는 “여기 있는 참여정부 관계자 모두가 슬프다. 또 이번 죽음에 대해 분노와 한도 맺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편안히 그분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들뿐”이라고 말했다. 김해/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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