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서거 하루반 뒤 의례적 논평
남북관계 등 눈치보며 수위조절
서거 하루반 뒤 의례적 논평
남북관계 등 눈치보며 수위조절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엔 절도가 있었고, 일본엔 강경했으며, 북한엔 화해의 손길을 뻗쳤으며, 중국엔 우호적이었다. 중국 정부는 마땅히 적절한 시기에 애도를 표해야 하는데, 어찌 지금까지 한마디 말도 없단 말인가.”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의 토론마당에 24일 오후 5시4분께 뜬 한 누리꾼의 글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시하지 않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를 꾸짖은 것이다. 산둥성 칭다오에 산다는 이 누리꾼의 질책에 다른 누리꾼 2388명이 곧바로 지지를 표시했다.
중국 정부의 첫 애도는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나왔다. 중국은 24일 자정 무렵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한·중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평가하고,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했다. 마 대변인은 “노무현 선생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중·한 관계 발전을 중시했다”며 “중국 정부는 중·한 관계 발전을 위한 그의 적극적인 노력과 중요한 공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첫 애도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무게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마 대변인의 애도는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논평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애도의 내용도 의례적인 수준을 넘지 않는다는 평가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전해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의 정상들이 직접 애도를 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이런 ‘느리고 가벼운 애도’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평가를 먼저 지켜보려는 눈치보기에서 비롯했다는 지적이 많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이명박 정부와 남북관계 등에 끼칠 영향을 재면서 애도의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동향에 밝은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원자바오 총리의 조전 발송 등 좀더 높은 차원의 애도 표시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까지 조전을 보낸 마당이니 그에 상응하는 애도를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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