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
[되돌아본 노무현의 길]
기득권층 “분배 앞세워 성장훼손”
진보진영선 “신자유주의만 심화”
기득권층 “분배 앞세워 성장훼손”
진보진영선 “신자유주의만 심화”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복지재정과 사회투자를 꾸준히 늘렸다.”
지난해 2월 발간된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경제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른바 ‘개방형 복지국가’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 기조는 기득권 계층에게는 ‘분배를 앞세우는 좌파정책’이란 신날한 공격을 받았고, 일부 진보세력한테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용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은 참여정부의 실용주의 경제정책이 처했던 좁은 입지를 상징한다.
정부 출범 초‘신용카드 사태’는 노무현 정부의 운신 폭을 크게 제약했다. 김대중 정부 때 폭증한 신용카드 대출이 부실로 이어진 것이다. 참여정부는 금융시스템을 신속히 안정시켰지만, 그 후유증으로 2년간 내수가 침체해 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신용카드 사태로 어려움을 겪은 뒤부터 참여정부는 규제완화와 개방을 통한 성장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법인세율을 낮추고, 수도권 규제 및 환경규제를 완화했다.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는 등 동시다발적인 자유무역협정도 추진했다. 적극적인 수출지원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2002년 1626억달러에서 2007년 3705억달러로 5년 만에 갑절 넘게 늘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전은 정부 출범초 600대에 머물던 코스피지수를 2007년10월 2000까지 끌어올린 힘이 됐다. 경제성장률도 임기 말엔 5%를 회복했고,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정착됐으며, 원화가치가 회복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빈곤층이 늘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흐름은 이어졌다. 제조업의 좋은 일자리는 계속 줄고, 서비스업의 저임금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가계 소득이 중위소득의 50%를 밑도는 계층의 비율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2003년 12.1%(비농가 2인 이상 가구)에서 2007년 13.4%로 올라갔다. 비정규직 보호법을 도입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고 차별을 고치려는 시도를 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시장 흐름에 대응해 참여정부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역대 어느 정부보다 적극적으로 복지 지출을 늘렸다.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지니계수를 낮춘 정도를 보면,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에는 0.016에 그쳤으나 참여정부가 마지막으로 짠 예산이 집행된 2008년에는 0.030까지 커졌다. 재분배 정책을 지속한 결과, 2008년 들어 가처분 소득 기준으로 소득분배 지표가 마침내 개선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참여정부가 뿌린 씨앗이라 할 수 있다. 개인회생제도와 이자상한선을 낮춘 것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것이다. 지지층의 기대에는 못미쳤으나,“지난 시기 성장 제일주의, 승자독식이 만들어낸 양극화 문제를 국민적 의제로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최초의 정부”라는 참여정부의 자평에 값하는 부분이다.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 스스로가 ‘실패’를 인정한 부분이다. 세계적인 저금리로 은행들이 차입을 늘리고, 가계 대출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집값이 폭등했다. 혁신도시·기업도시 등 참여정부가 추진한 지역개발정책들은 땅값 상승을 불러왔다. 참여정부는 뒤늦게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와 금융 규제를 통해 집값의 추가 폭등을 어느 정도 막았지만, 집없는 이들의 박탈감을 달랠 수는 없었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보유과세를 현실화하는 정책은 투기 차단에는 기여했지만,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을 샀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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