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진 검찰총장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 도착해 승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임 총장의 출근길 표정이 어둡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표적 사정 논란
준비없이 지지부진한 망신주기 수사 지적
준비없이 지지부진한 망신주기 수사 지적
“계획 세워놓고 하는 게 아니라 하면서 나오는대로 하는것 같아”
수수설 공개뒤 한달지나 소환…소환해놓고 3주나 시간 끌어
혐의입증 관련없는 사용처 캐…대검 간부 “비겁한 일이라 봤다” ‘박연차 로비’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인과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안팎에선 “정치적 수사”라는 일반적 비평에 더해, 수사 절차와 방식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검사들은 대체로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인데도 치밀한 준비 없이 단순 비리사범 다루듯 밀어붙인 게 문제”라고 말한다. 특별수사 경력이 많은 검찰 출신의 한 인사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인사를 소환하려면 사전에 혐의를 대부분 입증해놓고 처리 방침도 정해놓는 게 기본”이라며 “하물며 직전 대통령을 불러놓고도 (신병처리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3주나 시간을 끄는 건 대단히 잘못한 수사”라고 말했다. 현직 검찰 간부도 “이번 수사를 보니, 구도를 짜놓고 하는 게 아니라 (수사를) 하면서 나오는대로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500만달러 수수설이 언론에 공개된 시점은 3월 말이었지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은 4월30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이 시차 동안 언론의 추적과 여론의 비판에 노출됐고, 형사처벌보다 더 가혹할 수 있는 사회적 비난이라는 징벌을 감당해야 했다. 검찰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애초 수사의 시작에는 정권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검찰은 (정권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손에 피를 묻혔다”고 했다. 수사가 ‘망신 주기’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별 상관이 없는 돈의 사용처 규명에 팔을 걷어부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회갑기념 명품시계 선물 논란이나 미국의 고급 아파트 구입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조사 때 노 전 대통령이 한 진술이 여과없이 그대로 언론에 흘러나왔고, 노 전 대통령 쪽에서는 그런 진술조차 불리한 방향으로 윤색됐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질을 거부했는데도 박 전 회장을 조사실로 들여보내 대면하게 만들고, 검찰이 그 과정을 상세히 브리핑한 것도 논란의 소재가 됐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적장의 목을 치더라도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박 전 회장 한 사람에게만 의지해 과도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한 사람한테 나온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그렇게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국민들이 편파수사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 검찰 간부도 “검찰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 관계 때문에 일반적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데 일반 잡범 다루듯 그렇게 낱낱이 혐의를 드러내니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수사는 특별수사의 요체라는, 환부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도려내는 ‘외과수술적 수사’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교체 뒤 경쟁하듯 전 정권의 비리를 뒤지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남발됐으며,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그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터져나온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수수설 공개뒤 한달지나 소환…소환해놓고 3주나 시간 끌어
혐의입증 관련없는 사용처 캐…대검 간부 “비겁한 일이라 봤다” ‘박연차 로비’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인과관계’에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안팎에선 “정치적 수사”라는 일반적 비평에 더해, 수사 절차와 방식의 부적절함에 대한 지적과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수사처럼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의 수사 경험이 풍부한 전·현직 검사들은 대체로 “수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예민하고 중대한 사안인데도 치밀한 준비 없이 단순 비리사범 다루듯 밀어붙인 게 문제”라고 말한다. 특별수사 경력이 많은 검찰 출신의 한 인사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인사를 소환하려면 사전에 혐의를 대부분 입증해놓고 처리 방침도 정해놓는 게 기본”이라며 “하물며 직전 대통령을 불러놓고도 (신병처리 방침을 정하지 못하고) 3주나 시간을 끄는 건 대단히 잘못한 수사”라고 말했다. 현직 검찰 간부도 “이번 수사를 보니, 구도를 짜놓고 하는 게 아니라 (수사를) 하면서 나오는대로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500만달러 수수설이 언론에 공개된 시점은 3월 말이었지만, 검찰이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것은 4월30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이 시차 동안 언론의 추적과 여론의 비판에 노출됐고, 형사처벌보다 더 가혹할 수 있는 사회적 비난이라는 징벌을 감당해야 했다. 검찰 출신의 한 정치권 인사는 “애초 수사의 시작에는 정권의 의중이 반영됐다 하더라도, 검찰은 (정권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손에 피를 묻혔다”고 했다. 수사가 ‘망신 주기’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별 상관이 없는 돈의 사용처 규명에 팔을 걷어부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회갑기념 명품시계 선물 논란이나 미국의 고급 아파트 구입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검찰 조사 때 노 전 대통령이 한 진술이 여과없이 그대로 언론에 흘러나왔고, 노 전 대통령 쪽에서는 그런 진술조차 불리한 방향으로 윤색됐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이 대질을 거부했는데도 박 전 회장을 조사실로 들여보내 대면하게 만들고, 검찰이 그 과정을 상세히 브리핑한 것도 논란의 소재가 됐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적장의 목을 치더라도 명예는 지켜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 이유다. 박 전 회장 한 사람에게만 의지해 과도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한 사람한테 나온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그렇게 광범위하게 확대하면 국민들이 편파수사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 검찰 간부도 “검찰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 관계 때문에 일반적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데 일반 잡범 다루듯 그렇게 낱낱이 혐의를 드러내니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수사는 특별수사의 요체라는, 환부만 신속하고 정확하게 도려내는 ‘외과수술적 수사’와 동떨어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교체 뒤 경쟁하듯 전 정권의 비리를 뒤지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남발됐으며,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그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터져나온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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