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을 가득 메운 채 특별 발행된 24일치 <한겨레>를 읽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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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마을’ ‘노사모’ ‘아고라’ 등 애도물결
“정치적 타살” 주장 등 정부·언론 비판도
‘봉하마을’ ‘노사모’ ‘아고라’ 등 애도물결
“정치적 타살” 주장 등 정부·언론 비판도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자, 인터넷 공간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의 글이 이어졌다. 주요 포털과 언론사들은 ‘노 전 대통령 서거’ 특집 코너를 만들고, 추모 게시판을 열어 누리꾼들이 글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 친노사이트들 접속 폭주로 다운 노 전 대통령이 운영하던 누리집 ‘사람 사는 세상, 봉하마을’(knowhow.or.kr)은 이날 오전부터 접속이 폭주한 가운데 따로 추모게시판을 마련했다. 누리집 관리자는 첫 화면에 ‘대통령님 추모 공간을 마련하오니 추모의견을 남겨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냈다. 게시판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늘이여~’(아이디 내마음), ‘노 전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바람새), ‘진정한 우리의 대통령’(덕양아저씨), ‘가슴을 치며 통곡합니다’(멋) 등의 제목을 단 추모글이 이어졌다.
친노 인터넷매체인 ‘서프라이즈’(seoprise.com)에는 사진 대신 검은 배너가 글마다 붙으며 애도와 함께 ‘응징하자’는 등의 주장도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의 지지단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누리집(nosamo.org)은 이용자 폭주로 접속이 어려웠다. ‘마이클럽’, ‘82쿡’ 등 지난해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여성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에서도 추모글이 잇따랐다.
■ 포털들 애도 물결 블로그와 각종 커뮤니티에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글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메타블로그인 올블로그에서 올라오는 글과 대표 키워드들은 모두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것들이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서비스하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도 10개 모두 ‘노무현’ ‘유서’ ‘봉하마을’ 등 서거 관련 단어들로, 누리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사이버 토론방인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오전부터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서명란이 여럿 개설됐고, 밤 9시 현재까지 20만명에 가까운 누리꾼이 추모글을 남기며 헌화했다. 다음은 메인 화면을 흑백으로 바꾸고, 국화꽃을 로고 앞에 달아 추모를 표시했다. 아고라 접속도 평소보다 5배 넘게 늘었다.
블로거와 누리꾼들은 글머리에 ‘▶◀근조’라는 표현을 앞세우며, 추모글을 남겼다. 다음의 ‘노무현 팬카페’(cafe.daum.net/nosamoim)는 첫 화면에 ‘근조 노무현 대통령님 서거’라는 알림을 띄우고, “부천 송내역 북부광장에 대통령님 임시 분향소가 오늘 4시에 설치됩니다”라는 등 곳곳의 분향소 설치 정보를 알리기도 했다. 추모글을 올린 누리꾼들은 고인과 관련된 개인적 추억을 올리면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글 대부분은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비는 내용이었고, ‘가장 존경할 만한’ ‘내 인생에 유일한’ ‘인간적인’ 대통령이었다는 평가를 하는 누리꾼이 많았다. ‘김묘선’씨는 싸이월드 추모게시판에서 “저는 검찰이 뭐라 하든 언론이 뭐라 하든 권력의 개들이 뭐라고 짖든 노 전 대통령님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민주주의를 잘 실현하셨고 빈부격차를 줄이고자 노력하셨으며 가장 이상적인 대통령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버리시다니…. 저세상에 가셔서나마 편안하게 계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 현 정부와 검찰·보수언론 책임 추궁도 추모글만이 아니라,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와 검찰, 보수언론의 책임을 묻는 글들도 쏟아졌다. 대검찰청 누리집과 보수언론 사이트의 게시판 등에는 격앙된 누리꾼들의 글이 올라왔다. 대검 홈페이지는 이용자가 폭주해 게시판이 잘 열리지 않는 현상이 이어졌지만, 올라온 글 대부분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아니냐’, ‘권력의 개들 축하한다’ 등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현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 “정부와 보수언론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며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논객들이 다른 시각으로 인터넷에 올린 글들도 나돌아,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사기도 했다.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15일 자신의 누리집에 ‘먹었으면 먹었다고 말을 해야죠’라고 올린 글이 여러 사이트에 나돌았다. 이 글은 노 전 대통령에게 ‘자살’을 권한 것이 알려져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김씨는 이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 과오는 바로잡을 길이 없으니 국민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 자살을 하거나 복역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조갑제닷컴은 이날 누리집에 한 통신사의 노 전 대통령 서거 보도를 예로 들며 “기사문에서 ‘서거’는 ‘자살’로 고쳐야 한다”며 “기사는 사실을 전하는 게 먼저이지 애도를 유도하는 단어를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구본권 황예랑 김성환 기자 starry9@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사이트들이 추모글로 넘쳐나고 있다. 사진 위는 노사모, 아래는 다음 아고라.
구본권 황예랑 김성환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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