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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노 서거’ 검찰 수사 어떻게 되나

등록 2009-05-23 11:09수정 2009-05-23 11:44

`박연차 게이트'의 핵심 당사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숨지면서 검찰의 수사가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됐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최종 종착지가 노 전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갑작스런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은 수사를 뒤흔들어 놓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한 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건넨 돈의 용처를 밝히는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권양숙 여사를 재소환하고 나서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게 애초 수사 일정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받아 미국 뉴저지주 주택마련을 위한 계약금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권 여사 소환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신병처리가 늦어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전 회장에게 돈을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권 여사와 자녀 등 가족이 받은 돈을 노 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는 전제하에 이를 부인하는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무너뜨리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춰왔다.

검찰은 그간 모아온 관련 자료와 광범위한 진술을 종합해 노 전 대통령을 다음달 초 포괄적 뇌물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그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던 검찰 수사의 방향과 성격은 급격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 전 대통령이 금품 수수 사실을 밝히기 위한 권 여사나 자녀 등 노 전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을 조사하는 게 이제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을 향해 절정으로 치닫던 이번 검찰 수사가 사실상 목표를 잃어버리면서 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숨지면서 `몸통'이 사라진 만큼 지난 3개월 동안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핵심 의혹을 풀지 못한 채 광범위한 금품로비 사건으로 그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버린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노 전 대통령 주변을 둘러싼 광범위한 박 전 회장의 금품로비 사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서거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검찰은 우려하고 있다.

그가 직접 돈을 건네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전에 없는 포괄적 뇌물죄 혐의를 밝히기 위해 전방위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압박해 온 검찰이 실체적 진실이 무엇이든 `무리한 수사'라는 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을 조사하며 최대한 예우를 갖췄다는 입장을 강조했지만 노 전 대통령의 사망이 수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도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았다고 자백한 권 여사와 건호, 정연씨 등 노 전 대통령의 유족에 대한 처벌도 고심해야 한다.

좌초될 위기에 놓인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대한 여론과 평가에 따라 검찰 수뇌부와 중수부의 거취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어진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은 검찰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 전체가 큰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강훈상 이한승 기자 hs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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