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소규모 촛불집회
서울에만 20여곳…일산·광명·수원서도 열려
자연스레 지역현안 논의하는 사랑방 구실도
자연스레 지역현안 논의하는 사랑방 구실도
서울광장의 촛불이 잦아든 뒤, 서울 곳곳에서 ‘작은 촛불’들이 번지고 있다. 매주 한 차례 이상 촛불을 밝히는 곳이 서울에서만 20여 곳에 이른다. 일산·광명·수원 등 경기 지역에서도 소규모 촛불집회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7시반, 서울 금천구 홈플러스 앞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조용히 촛불을 켜고 진보 성향 일간지 50여부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건국 60돌’ 행사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집회는 서울에서 정확히 스무 번째로 점화된 ‘작은 촛불’이다. 이 집회에 참가한 김아무개(43)씨는 “(촛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지역에 꽤 많다. 이들에게 촛불의 의미를 알리기 위해 시청 앞 광장이 아닌 지역에서 열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6번 출구 앞에선 열대여섯 남짓한 시민들이 전구로 만든 ‘전자 촛불’을 들었다. 강남역 촛불집회는 지난 7월 초부터 평일 저녁마다 열려 벌써 서른 번 넘게 진행됐다. 양복 차림에 가방을 든 직장인과 반바지를 입은 젊은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했다. 밤 9시50분 집회가 끝날 때까지 모두 서른명 가량이 촛불을 들었다. 딸과 함께 쇼핑을 나온 김서영(35)씨는 “복잡한 강남 번화가에서 촛불집회가 열리는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시민들) 각자가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하루, 금천뿐 아니라 동작·강동 지역에서도 촛불이 새로 당겨졌다. 대개 매주 한 차례 정도 열리는데, 강남·강서·관악 지역에서는 날마다 저녁 촛불을 켠다. 주로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모이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 돼 참가하는 시민들도 많다.
이들은 왜 지금까지 촛불을 들까? 김승태(31) 강남직장모임 카페지기는 “자기가 내켜서,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 인원은 많아야 수십명에 불과하지만, 자발적으로 모였기에 “작지만 강하다”고 참가자들은 말한다. 강남의 경우, ‘비 오니까 하루 쉬자’는 제안이 카페 누리집에 올라온 뒤 ‘그러다 촛불이 꺼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 사람들이 몰려 평소보다 두 배 넘는 인원이 참가한 적도 있다고 김씨는 전했다.
작은 촛불은 지역 현안을 토론하는 사랑방 같은 구실도 한다. 김종수 주민소환카페 임시대표는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고 말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주민소환 추진 국민모임’ 카페에는 지역별 모임이 꾸려졌고, 마포·관악지역에서는 자체적인 온라인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 15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선 ‘이명박 심판과 민주주의 수호’를 주제로 100번째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4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주장하며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한상렬 진보연대 상임대표를 체포했다. 경찰은 한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지난 13일 경찰에 체포된 박석운(53)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 역시 이날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진보연대는 “배후를 찾는다는 미명 아래 경찰이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진보연대 관계자들을 무리하게 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보연대는 15일 오전 10시께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최현준 황춘화 기자, 김효정 송지혜 인턴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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