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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립극장·현대미술관 생뚱맞은 ‘촛불 반대’ 배너 소동

등록 2008-07-10 12:34수정 2008-07-10 16:26

누리꾼 김홍기씨가 캡쳐한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
누리꾼 김홍기씨가 캡쳐한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메인 화면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 배너 달았다가
거센 항의로 삭제…“청와대 대변인이냐” 빈축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극장(www.ntok.go.kr)과 국립현대미술관(www.moca.go.kr)이 누리집에 ‘촛불집회 반대 배너’를 달았다가 누리꾼의 거센 항의로 삭제하는 소동을 벌였다.

 10일 오전 두 기관 누리집에는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배너가 올라왔다. 이 배너는 사이버경찰청(www.police.go.kr) 홈페이지 등에 게재된 것과 동일하다. 6월25~26·28~29일 등 촛불집회 과정에서 경찰이 시민들에게 폭행당하는 사진과 영상, 경찰가족사랑방에 올린 경찰들의 글, 조선·중앙·동아·문화 등 정부의 입장과 경찰의 입맛에 맞게 편집된 내용이 담겨 있다. 배너는 오전 11시 현재 시민들의 항의가 폭주하자, 누리집에서 내려진 상태다.

 그동안 두 기관 누리집은 공연과 전시 정보, 관람과 예매 등 문화 전반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이날 촛불집회 반대 배너는 ‘생뚱맞다’는 지적이다. 정부 산하 기관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을 담은 내용으로 국민을 계도하려 한 것은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누리꾼 김홍기씨가 캡쳐한 ‘국립극장’ 메인 화면 화면. 오른쪽 하단에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배너가 보인다.
누리꾼 김홍기씨가 캡쳐한 ‘국립극장’ 메인 화면 화면. 오른쪽 하단에 ‘촛불집회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배너가 보인다.

누리꾼 김홍기씨는 자신의 블로그(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48084)에 ‘국립극장에 촛불집회 반대 배너-황당함의 극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씨는“두 기관이 문예나 공연에 대한 한미 에프티에이(FTA) 내용을 자세히 알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업무와 상관 없는 촛불집회 관련 배너를 올리는 것은 문제”라며 “자신들이 해야 할 업무는 뒤로하고 청와대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두 기관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은 누리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국립현대미술관 게시판에 글을 쓴 윤명환씨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것이냐. 지금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 알고나 있느냐”며 “정권에 아부하면서 살지 말라”고 충고했다. 오석열씨는 “예술을 다루는 미술관이 정권의 정치적 논리를 선전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국립극장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황지애씨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를 뿌리고, 구타한 전·의경의 행동은 어떻게 해명할 거냐”며 “두 눈 뜨고, 귀 좀 열고 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날 배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협조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관 복수의 관계자는 “문광부로부터 요청을 받아 배너를 달았지만 누리꾼들의 불만이 높아 현재는 배너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기관 관계자들은 문광부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강정미 문광부 정보통계담당관은 “조직개편으로 국정홍보 기능이 문광부로 옮겨와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적극 홍보하라고 산하 기관에 업무협조로 요청했을 뿐”이라며 “산하 기관이 배너를 올린 것은 스스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문광부는 지난 3월에도 누리집 메인화면을 유인촌 장관의 동정 사진과 취임사 동영상 등으로 도배해 ‘유비어천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김미영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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