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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우리 고장 ‘시민 촛불스타’ 아시나요

등록 2008-07-04 18:29수정 2008-07-04 19:23

6~8명씩 돌아가며 미친소 의상을 입고 나와 퍼포먼스(사진)
6~8명씩 돌아가며 미친소 의상을 입고 나와 퍼포먼스(사진)
대전 청소년연합 ‘인형놀이’·대구 송호성·광주 서영옥씨 인기
송호성(40·아래 왼쪽) 서영옥(33·아래 오른쪽·광주여성센터 사무국장)
송호성(40·아래 왼쪽) 서영옥(33·아래 오른쪽·광주여성센터 사무국장)
촛불문화제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두 달째 계속되면서 각 지역별로 특색을 갖춘 시민 스타들이 탄생하고 있다.

‘보수의 텃밭’ 대구의 촛물문화제에는 노래 부르는 ‘급행 2번 버스 아저씨’ 송호성(40·아래 왼쪽)씨가 있다. 송씨는 지난 1일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도 노래를 불렀다.

“여의도 의사당에 앉아서 웃기고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 국민이 의회를 접수하라.” 노동가요 <접수가>의 가사를 조금씩 바꿔서 청와대의 관료들과 국회의원들에게 일침을 놓는다. 그의 노래에 지나가는 시민들까지도 환호성을 보낸다. 흥이 난 그는 정몽준 의원의 버스비 70원 발언을 비꼬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든다. “여러분, 한 국회의원이 버스비가 70원이라고 말했답니다. 그러니 급행 2번 버스 타실 때 70원만 내세요.”

송씨가 촛불문화제에 오는 날은 야간근무가 없을 때다. 그는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피곤했던 몸을 이끌고 저녁에 다시 문화제에 출근한다. 송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가 있다”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고, 경쟁으로 내모는 교육정책에도 반대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대전역 광장에는 ‘미친소’가 있다. 매일 저녁 7시 역 광장에 촛불이 켜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얼룩소 의상을 입은 ‘미친소’ 여러 마리가 나타나 노래에 맞춰 미친 듯 몸을 틀어댄다. 이들의 등장으로 광장은 금세 열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은 촛불을 더 높이 치켜든다.

이들은 성인 놀이패나 극단원이 아닌 대전지역 초등 6년∼고3생 30여명으로 구성된 ‘전국청소년학생연합’(cafe.daum.net/MBstudentaction) 소속 청소년들이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리려 촛불을 들고 나섰으며 얼룩소 옷을 입고 쇠고기 수입 반대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평소 두발 규제, 체벌 등에 대해 온라인 토론과 오프라인 모임을 해온 이들은 촛불문화제가 열리면 6~8명씩 돌아가며 미친소 의상을 입고 나와 퍼포먼스(사진)를 펼치거나 전단지를 나눠준다. 거리시위를 할 때마다 맨 앞에서 분위기를 띄우고, 지하철역 앞과 광장에 드러눕는 퍼포먼스도 한다. 한 미친소 단원은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 시위를 벌였다”며 “논산에서 참가하는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촛불문화제의 안살림을 도맡고 있는 자상한 지킴이 서영옥(33·아래 오른쪽·광주여성센터 사무국장)씨가 있다. 2일 저녁 7시 광주시 동구 금남로 거리, 서씨는 주먹밥을 만들어 나누고 무대에 올라 율동에도 참여한다. 목마른 사회자한테 알아서 물 한 잔 건네는 배려도 그의 몫이다. 이런 일들로 세 아이의 엄마인 그의 일과는 송두리째 바뀌어버렸다. 아침마다 세 아이를 학교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나면 오전엔 회의, 오후엔 준비가 이어진다. 집회를 정리하고 귀가하는 시간은 대부분 자정을 지나기 일쑤고, 일찍 마쳐도 밤 10시를 훌쩍 넘긴다.

서씨는 “라면상자 두 개 가득 초를 담아오거나, 노점에서 구운 풀빵을 들이밀면서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어 힘이 난다”며 “국민이 승리해 아이들한테 돌아가는 날이 금세 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대전·광주/박영률·송인걸·안관옥 기자

ylpak@hani.co.kr

박현이·최진호·이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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