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종교행사 합의…“평화적 문제해결 동참”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 등 4개 종단이 앞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번갈아 종교행사를 열기로 합의하는 등 종교계의 ‘촛불 공조’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종교계의 공조 논의는 지난 1일 서울 시청앞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사제단)의 단식 농성 천막에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종교인협의회) 소속 대표들이 모여 이뤄졌다. 이날 모임에는 단식중인 전종훈 사제단 대표신부와 실천불교승가회 회장인 법안 스님, 정상덕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원불교교무단) 공동대표, 박승렬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목정평) 총무 등이 참석했다. 전 신부는 “대표들이 시청앞 광장을 중심으로 국민들의 요구가 담긴 촛불집회를 이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종교인협의회는 일단 다음주까지 시국 미사와 법회. 기도회 등을 번갈아 열기로 하고, 추후 일정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보아가며 결정하기로 했다.
종교인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와의 협의는 애초 우리의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우리는 순수하게 촛불을 들고 나온 국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제단의 전 신부는 “기도와 정진을 하는 종교인에게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는 종교 행사는 당연한 것”이라며 “촛불 국면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동참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종교인협의회는 지난 19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던 4대 종단의 진보적 단체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종교인협의회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대신해 촛불집회를 이끌어나가거나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등을 꾸려 ‘판을 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종교인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나선 것”이라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정상덕 원불교교무단 공동대표는 “대책회의와 결합한 범국본의 출범은 ‘옥상옥’일 뿐이며, 종교인협의회가 대책회의나 정부와 연관돼 활동할 필요가 없다”며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자기 아이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기 위해 촛불을 든 어머니의 순수한 마음처럼 국민들을 바라보는 것이 팔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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