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인사들이 1일 오후 서울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국민주권 수호와 권력의 참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경 중앙승가대 총동문회 사무처장, 진화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 수경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안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의장, 가섭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집행위원장.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일 조계사~서울광장 행진 시국법회…단식 동참
천주교 신부들에 이어 불교계 스님들이 ‘광우병 쇠고기’ 시국의 전면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교계 주요 인사들은 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4일 서울광장에서 시국법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국법회는 종단 안팎 비정부기구(엔지오)들이 주도했던 기존 행사들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법회 추진위원회엔 실천불교승가회와 불교환경연대,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참여불교 재가연대 등 엔지오들뿐 아니라 서울 시내의 대형 사찰들이 참여하고 있다. 화계사 주지 수경, 봉은사 주지 명진, 도선사 주지 선묵, 불광사 회주 지홍, 진관사 주지 계호, 금선사 주지 법안 스님 등 대표적인 사찰 주지들이 추진위원장과 추진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이들은 상황실까지 꾸려 각 사찰의 참여를 독려하기로 했다.
이들은 신도들을 포함해 수만명과 함께 오후 5시 조계사에서부터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뒤 법회를 열고 단식농성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사제단의 시국미사로 새 국면을 맞은 촛불정국에 또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불교계 인사들은 특히 4일 법회 행사를 ‘1차 시국법회’로 명명해 정국 추이에 따라 좀더 강도 높은 행동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불교계는 종교 가운데 가장 많은 신자를 두고 있음에도 현실 참여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사뭇 다르다.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불교계를 둘러싼 상황, 곧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교계에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시국법회 추진위도 이날 성명서에서 “우리나라는 3·1 독립운동 이래 민족의 운명과 인류의 평화를 위해 모든 종교인들이 함께 손잡고 이룩한 독립이요, 그렇게 건국한 나라”라며 지도자의 종교 편향 문제를 거론했다.
최근엔 국토해양부가 만든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정보 시스템 ‘알고 가’ 지도에서 대형 사찰들이 배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심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시장 시절의 ‘서울시 (하나님에게) 봉헌’ 발언, 현정부 각료와 청와대 수석 인선에서의 종교 편향, 대운하 수몰지역에 사찰 문화재 대거 포함,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찰 복음화’ 포스터 등장 등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자들의 불신감은 이미 고조돼 있는 상태다. 정부는 ‘알고 가’ 지도 건이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고의성이 짙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1일 한승수 총리가 나서서 조계종 총무원 청사로 지관 총무원장을 사과차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청사 앞의 성난 불자들을 의식한 듯 방문을 뒤로 미뤘다.
불교계 역시 천주교 사제단과 마찬가지로 4일 시국법회 진행에서 시종일관 비폭력과 평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스님들은 모두 가사와 장삼을, 재가 신자들은 법복을 입고 108염주와 촛불컵, 연등을 갖추어 서울광장에서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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