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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 되찾은 촛불집회

등록 2008-07-01 02:18

경찰 제지없이 거리행진 마무리
사제단 당부에 밤 10시께 집으로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얼룩졌던 촛불집회가 30일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의 시국미사에서는 평화를 되찾았다. 경찰은 경찰버스로 진을 쳐 막았던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미사에 참석하는 시민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또 미사를 끝낸 시민들은 경찰의 제지 없이 평화로운 거리행진을 벌였고, 시청 앞 광장은 평화의 촛불이 일렁였다.

밤 10시께 사제단과 거리행진을 마치고 온 사제단 김인국 신부는 무대 위에 올라 “오늘만 미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내일이고 모레고 계속해서 이 자리에서 미사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일을 위해 오늘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이 말을 들은 시민 2만여명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쉬운 마음에 시청 광장에 남은 5천여명의 시민들은 촛불을 켜놓고 두런두런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촛불집회가 끝나면 태평로 거리로 달려나가 경찰과 신경전을 벌였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 무리의 시민들은 촛불로 ‘MB OUT’(이명박 아웃)을 새겨 놓고 <아침이슬>을 불렀다. 광장에 쌓아 놓은 잔디 언덕을 빙 둘러가며 촛불이 놓이는 등 시청 광장 군데군데 촛불꽃이 피었다. 김형철(35)씨는 직장 동료 5명과 함께 조·중·동에 대해 얘기했다.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김아무개(52)씨는 “신부님들과 함께 걸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며 “신부님들이 내일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영등포에서 온 한용헌(62)씨는 “젊은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가자고도 했지만, 오늘은 집에 가고 내일 또 나올 것”이라며 “될 때까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향하던 일부 시민들은 시청 광장 주변에 죽 늘어서 있던 경찰들에게 “우린 평화 집회를 했는데 왜 아직도 막고 있느냐”고 항의했다. 영화배우 김부선씨와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경찰은 이날 밤 11시30분께 시청 광장 주변을 둘러쌌던 경찰버스를 모두 철수시켰다.

황춘화 최현준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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