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수사관들이 30일 새벽 서울 통인동에 있는 참여연대 건물 출입문 앞에서 전기톱으로 잠금장치를 절단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찰, 참여연대 등 상근자 있는데도 영장집행 통보 안해
30일 새벽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와 관련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2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벌어졌다”며 경악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6시께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사무실 부근에 병력 50여명을 배치한 뒤 1시간 반 동안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당시 참여연대에는 김민영 사무처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대기하고 있었지만, 경찰은 군사작전을 펼치듯 뒤쪽 문을 넘고 출입문 잠금장치를 파손하며 참여연대 건물로 진입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임태훈 대책회의 인권법률지원팀장은 “압수수색 대상 공간을 책임지는 담당자가 있을 때는 영장집행 사실을 통보하고 사무실로 들어와야 하지만 경찰은 이런 절차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팀장은 또 “경찰이 수색 대상인 대책회의 말고 다른 사무실 컴퓨터까지 뒤졌고, 법적 근거 없이 상근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고 분노했다.
이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영장은 2층 근무자에게 분명히 제시했고, 건물 구조상 대책회의 사무실을 들어가려면 참여연대 사무실을 지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사무실을 뒤진 적도 없다”며 “신분증 제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경찰은 대책회의 사무실에서 컴퓨터 석 대와 손팻말·깃발·비옷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대책회의가 ‘경찰 폭력진압 증거물’로 제시한 경찰 소화기 2대와 1층에 놓여 있던 ‘참여연대 방명록’ 등을 압수하려다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영등포 한국진보연대 사무실도 압수수색을 당해 황순원 민주인권국장이 연행되고,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22대와 노트북 컴퓨터 1대, 서류 뭉치와 광우병 관련 펼침막 등을 압수당했다.
한국진보연대 관계자는 “사무실 압수수색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증거로 입수할 물건이 도대체 뭐가 있냐”고 분노를 표시했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시민단체 압수수색까지 하면서 탄압하는 것은 경찰 폭력이 없으면 정권 유지를 못하는 이명박 정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누리꾼들도 발끈했다. 누리꾼 ‘버슴새’는 “압수 품목에 방송용 스피커, 북 등이 포함된데다 경찰이 컴퓨터 압수에 더 열을 올린 걸 보니 집회도 못하게 막겠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 ‘마하리쉬’는 “언제 촛불이 대책회의가 시켜서 밝혔냐”며 “정부는 아직도 (국민들이) 왜 촛불을 켰는지, 누가 촛불을 켜는지 감을 못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관련기사]
▶ 사제단 “공권력이 촛불의 평화를 깨고 있다” 단식기도 돌입
▶ 김인국 신부 “국민들과 고통을 나눠갖는다는 뜻에서 단식”
▶ 검·경, 촛불 수사 ‘속보이는 이중잣대’
▶ 경찰 불법·폭력진압 ‘치명적 위험’
▶ 읍면동장 부르고 관변단체 움직이고…‘그 시절 테이프’ 돌려놓은 듯
‘무법경찰’ 항의 참여연대 회원들이 30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압수수색 영장 내용 확인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건물에 무단진입해 기물을 파손했다”며 항의하고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관련기사]
▶ 사제단 “공권력이 촛불의 평화를 깨고 있다” 단식기도 돌입
▶ 김인국 신부 “국민들과 고통을 나눠갖는다는 뜻에서 단식”
▶ 검·경, 촛불 수사 ‘속보이는 이중잣대’
▶ 경찰 불법·폭력진압 ‘치명적 위험’
▶ 읍면동장 부르고 관변단체 움직이고…‘그 시절 테이프’ 돌려놓은 듯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