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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촛불시위 강경진압 배신감” 경찰청 인권위원 전원사퇴

등록 2008-06-26 20:46

14명 공동성명 “최근 사태 유감…역할 한계 절감”
경찰청 인권위원회(위원장 박경서 이화여대 석좌교수) 소속 14명 위원 전원이 촛불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에 유감을 표명하며 사퇴를 결의했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26일 성명을 내어“우리는 지금까지 경찰청 인권위원으로 활동하며, 인권친화적인 경찰상의 구현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촛불 집회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매우 유감스럽고 우리의 역할에 대해 한계를 절감하게 됐다”며 사퇴 결의 이유를 밝혔다. 인권위원들은 최근 논란이 일었던 살수차·분말소화기 사용 등 경찰의 과잉 진압 행태와 촛불시위를 불법시위로 규정한 태도 등이 이번 사퇴 결정의 주요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 19일 개최된 인권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이미 전원 사퇴를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원인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권위원이 모두 사퇴를 결의한 것은 경찰 조직의 현재에 대한 단적인 평가”라며 “경찰에 애정을 가지고 인권친화적인 경찰을 만들고자 힘을 모아 봤지만, 최근 경찰 지휘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인권위원인 하태훈 고려대 교수(법학)는 “경찰의 태도를 보며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게 되는데, 정부가 바뀐 뒤로는 ‘우리가 노력을 해도 바뀌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의 역할이 대외홍보용에 머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2년 임기의 위원 14명으로 구성된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2005년 창설돼 주로 교수 및 시민단체 대표들이 맡아, 그동안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 개선 등에 힘써 왔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자문 기구라는 면에서 위원들이 활동에 한계를 느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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