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21일 밤 남영역 인근에서 모래를 광화문으로 가져가려고 포대에 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주말촛불 이모저모
모래차 진입 막자 시민들 봉투들고 날라 완성
청와대행 8000번 버스 경찰 검열…운행 중단
모래차 진입 막자 시민들 봉투들고 날라 완성
청와대행 8000번 버스 경찰 검열…운행 중단
22일 저녁까지 주말 사흘 동안 지속된 ‘48시간 국민비상행동’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다양하게 치러졌다.
21일 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모인 수만명의 시민들은 ‘명박산성’에 맞선 ‘국민토성’을 쌓았다. 차벽과 컨테이너박스로 상징되는 경찰의 저지선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광우병 쇠고기 국민대책회의는 2.5톤 트럭 4대 분량의 모래를 준비했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의 ‘안전운전 지시’ 규정을 들어 트럭의 집회장 접근을 막았다. 이에 시민 2000여명은 경찰 저지로 서울 지하철 숙대입구역 근처에 발이 묶여 있던 트럭에 쌓인 모래를 직접 비닐 봉투와 종이 상자에 담아 세종로까지 실어날랐다. 밤 10시40분께 경찰버스 차벽 위까지 걸어오를 수 있을 높이 만큼 ‘국민토성’이 완성됐고, 50여명의 시민들은 토성을 딛고 차벽 위에 올라가 수십개의 깃발을 흔들었다. 시민들은 22일 새벽 1시께 경찰버스 위에서 내려왔고, 쌓아놓은 모래주머니는 다시 시민들의 손으로 대책회의 트럭에 수거됐다. 직접 모래를 나른 김아무개(39)씨는 “수많은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래를 나르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며 “이것이야말로 ‘명박산성’에 대비되는 국민들의 힘”이라고 말했다. ‘국민토성 쌓기’ 행사를 제안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쪽은 “이명박 정부가 명박산성으로 상징되는 장벽을 쌓았고 국민들은 전경버스 차벽에 가로막혀 번번히 돌아섰다”며 “소통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에 비폭력의 선을 지키며 항의하는 한편 우리 국민의 역량과 비폭력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1일 낮 일부 시민들은 시내버스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고, 10대 ‘촛불소녀’들은 한나라당 당사와 조선일보 사옥 앞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인터넷모임 회원들은 서울 강남에서 독창적인 행위극을 펼치기도 했다. 21일 정오께 시민 6명이 촛불소녀 스티커를 붙인 티셔츠를 입고 서울 광화문 앞 정류장에서 청와대행 8000번 버스를 탔다. 경복궁 서문을 지나자 사복 경찰관들이 버스에 올라 타 “국민대책회의가 제안한 ‘8000번 버스 타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들을 제지했다. 이어 버스 회사 직원들이 와 승객들한테 “버스를 돌린다”며 양해를 구했고 이날 저녁까지 버스 운행은 중단됐다.
10대 청소년 20여명은 이날 한나라당 당사, 조선일보사, 광화문 네거리 이순신 동상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한나라당 앞에서 1인시위를 한 박이슬(16)양은 “‘버스만 타도 누구나 갈 수 있는 청와대’라며 노선을 놓더니 이제 와서 막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카페 소울드레서 회원 50여명은 이날 저녁 6~7시 강남 코엑스몰에서 두 차례 ‘번개 행위극’을 벌였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멈췄습니다”라고 외친 뒤 주변에 흩어져 5분 동안 멈춰 있다가 순식간에 흩어지는 퍼포먼스(플래시몹)로 주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노현웅 최현준 송경화 기자 goloke@hani.co.kr
22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밤샘 촛불시위를 하다 경찰에 끌려가는 시민을 취재하던 김정효 기자(가운데 노란색 옷)를, 경찰이 앞뒤로 둘러싼 채 카메라를 낚아채는 등 취재를 방해하고 있다. 이때 김 기자의 카메라 장비 일부가 파손됐다. 카메라 기자도 연행된 시민들을 취재하다 경찰에게 얼굴을 맞는 등 이날 경찰은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민중의 소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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