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한 21일 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서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모래 주머니로 쌓아 만든 ‘국민토성’을 딛고 경찰버스 위로 올라가 깃발을 흔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시민 차가운 반응
“진전된 협상” 보다 “알맹이 없는 미봉책” 압도적
신뢰붕괴 현상…진중권 “지금은 정치적 IMF사태”
“진전된 협상” 보다 “알맹이 없는 미봉책” 압도적
신뢰붕괴 현상…진중권 “지금은 정치적 IMF사태”
21일 발표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시민과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내용이 없는 기만적 협상이며 미봉책”이라며 “앞으로 전면 재협상을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추가협상 발표 직후인 21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 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아내와 초등생 딸을 데리고 나온 김아무개(41)씨는 “정부가 말하는 미국 정부의 보증은 큰 틀에서 ‘민간 자율규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며 “광우병 위험물질이나 검역주권 문제 역시 별다른 성과가 없어 보인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정부는 90점짜리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10점도 안 돼 보인다”고 비꼬았다. 식당일을 하는 이명애(49)씨는 “조금은 바뀌었다고 하지만 위험 부위인 곱창과 내장 등은 다 들어오는 거 아니냐”며 “텔레비전 토론이나 내놓는 대책을 보면 정부가 국민의 눈높이를 아직도 못 맞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추가협상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반박했다. 이들 또한 “진전된 협상”이라는 반응보다 “알맹이 없는 미봉책”이라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 한 누리꾼(lovelyshyoml)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에서 “30개월 미만 고기의 내장·뼈 등의 위험성, 검역주권의 확보, 법적 구속력 등 해결된 게 없다”며 “정부만이 스스로 90점짜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과 누리꾼의 차가운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문화방송>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이 지난 17~18일 벌인 설문조사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의 미국 정부 보증’에 만족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8.9%에 불과했다. 반면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정부 보증 및 내장 수입 금지 포함’은 44.2%, ‘20개월 미만 살코기만으로 수입 제한’이 40.1%였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미봉책으로 촛불 민심을 달래려 한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30개월 이상 수입금지에 대한 대책은 실효성이 없고, 광우병 위험물질에 대한 대책도 언급이 없다”며 “이조차도 ‘국민의 신뢰가 돌아올 때까지’라는 단서가 달려 있어, 결국 소나기만 피해가겠다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태인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쇠고기 협정으로 1조5천억원 정도의 쇠고기가 수입되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사람들이 먹지 않는 소 내장, 30개월 이상 회수육 등이 차지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 협정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정부 고시를 막고 재협상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불끄기식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깊어지면서 ‘이젠 정부의 어떤 발언도 믿지 못하겠다’는 ‘신뢰 붕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회사원 석은지(27)씨는 “사실 쇠고기 재협상 문제는 작은 것일 수 있다”며 “문제는 추가협상 결과를 포함해 지금껏 정부가 해놓은 일들을 보면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지금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외환위기(IMF)’ 사태”라며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국민이 믿지 않는 상황인데 대한 현실 인식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노현웅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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