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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역주권·특정위험물질 우려 해소된 게 없다

등록 2008-06-22 19:57수정 2008-06-23 03:30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최종 보고를 받기 위해 2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회의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자료를 나눠주라는 손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최종 보고를 받기 위해 21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회의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자료를 나눠주라는 손신호를 보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추가협상 내용과 문제점
30개월미만 등뼈·내장 등 수입개방 여전
`광우병 생겨도 수입중단 불가능’ 그대로
한국 정부가 미국과 벌인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명백한 한계를 안고 있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교역금지가 미국 수출업체의 자율적 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다 30개월령 미만의 등뼈와 내장 등은 계속 수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한국 QSA’ 믿을 만한가?=‘한국 수출용 30개월령 미만 검증 품질체계평가’(한국 QSA)는 기본적으로 미국 수출 업체의 관리 프로그램이며, 미국 농무부 농산물 유통국(AMS)이 이를 승인·감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출업체가 생산한 쇠고기의 수출위생 증명서에는 ‘한국을 위한 30개월 미만 연령 검증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에 따라 검증된 작업장에서 생산되었다’라는 문구가 게재되고, 이를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이 확인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애초 미국 내수용 농산물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농무부가 감사를 한다지만 1년에 1~2회 정도의 형식적인 점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한국 QSA’에 따라 생산된 쇠고기임을 입증하는 수출위생 증명서가 없으면 반송조처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프로그램에 따라 30개월령 연령 구분이 정확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일단 가공 과정을 거쳐 국내로 수출된 뒤에는 우리 검역 당국에서 연령을 구분할 방법은 없다.

한-미 쇠고기 본 협정과 추가협상 내용 비교
한-미 쇠고기 본 협정과 추가협상 내용 비교

특히 미국 수출업체가 ‘한국 QSA’ 인증이 없는 쇠고기를 수출하거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출할 경우에도 반송조처 이외에는 해당 수출 작업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제재를 가할 수 없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 양쪽이 수출증명 대신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으로 합의한 것 자체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해 안전성 문제로 접근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등뼈, 내장은 그대로=추가 협상에서 30개월령 미만 소의 부위에서 수입을 차단하기로 한 것은 국내에 수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눈·머리뼈·척수 네 군데로 한정됐다. 그나마도 ‘한국 수입업자의 주문이 없는 한’이란 조건을 달았다. 등뼈가 들어간 티본 및 포터하우스 스테이크, 내장, 사골, 선진회수육(AMR), 꼬리뼈 등 국내 수요가 큰 부분은 수입이 가능하다. 등뼈와 내장은 유럽연합(EU) 기준으로는 교역이 금지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에 해당된다.

미국 축산업계는 내장·등뼈 포함 부위 등을 수출해 한해 3천억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뇌·눈·머리뼈·척수는 어차피 수입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미국 축산업계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별로 실속도 없는 부분을, 그것도 조건부로 수입 금지하기로 합의해놓고 생색을 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추가협상 결과 브리핑에서 “뇌·눈·머리뼈·척수는 과거에도 수입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수입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원칙상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틴 미국을 설득해 이런 조처를 받아냈다”고 설명했다.

■ 검역주권도 완전히 회복 못해=수출 작업장 승인권을 수입 위생조건 발효 90일 뒤부터 미국 정부에 넘겨주기로 한 독소조항에는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또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등급을 하향 조정해야만 수입을 중단하도록 한 ‘검역주권 침해 조항’도 삭제하지 못했다. 이번 추가 협상에서는 현지 수출작업장 점검과 식품안전 위해 발견 때 제재 조처와 관련한 일부 불명확한 표현을 손질해 부칙에 담기로 했을 뿐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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