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국민 진정될 때까지 유보”
정부와 한나라당은 22일 한-미 쇠고기 ‘추가 협상’ 결과를 담은 새 수입 위생조건의 고시 관보 게재 일정과 관련해, 추가 협상 내용과 검역대책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고시를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정은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실무 당정회의를 열어 “추가협상 및 검역지침에 대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기 위해 고시를 서두르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만큼 ‘위험하지 않다’는 인식이 형성됐을 때 검역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고시 관보 게재 절차도 국민들이 진정될 때까지 유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정부는 23일 한승수 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추가 협상 결과를 부칙에 반영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수정안을 확정한 뒤, 행정안전부에 고시 관보 게재를 의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정이 고시를 서두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새 수입 위생조건의 발효와 이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도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한편, 추가 협상 결과를 담은 수입 위생조건이 발효돼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본격적으로 시중에 유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외식업체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더라도 당분간 미국산 쇠고기를 팔지 않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할인점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판매하지 않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홈에버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오스트레일리아산으로 몰래 바꿔치기해 팔다 적발되는 바람에 대형마트 원산지 표기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굳이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앞장설 필요는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맥도날드·롯데리아·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대형 패스트푸드·패밀리 레스토랑 체인들은 지금까지 수년간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산을 사용해 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고 해서 거래선을 변경할 필요성이 없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업계에서는 일단 일반 식당과 정육점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한 뒤 여론 추이에 따라 판로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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