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통상장관급 추가 협상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고시와 함께 작년 10월 초 이후 8개월여 만에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국내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앞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대형 할인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미국산 갈비(Short Rib)나 목심(Chuck Roll neck-off) 등은 어떤 검역 과정을 거치게 될까.

◇ 美, 수출증명서에 '30개월 미만' 확인

새 수입위생조건이 발효되면 당장 한국에 쇠고기를 수출할 수 있는 작업장은 미국 14개 주(州)에 걸쳐 도축.가공장 26곳, 가공장 4곳 등 모두 30개다. 추가로 20여곳도 현재 한국 수출 승인 요청 의사를 밝히고 있다.

미국 도축장에서는 소의 치아 마모 상태를 살피는 '치아 감별법'을 통해 30개월령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30개월 이상 소는 따로 도축한다. 일각에서는 치아 감별법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정부는 일본이 사용하는 '근육 성숙도' 등에 비해 치아 감별법의 정확성이 오히려 더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30개월 이상 소의 고기는 작업장에 따라 지육(도축 후 머리.다리 등을 제거한 고깃덩어리)에 '3', '30', '30+' 등의 별도 표식을 붙이거나 푸른색 리본을 붙힌 뒤 따로 30개월 미만 쇠고기와 생산공정과 작업 시간대를 분리해 가공한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가운데 척수(등뼈 속 신경다발)는 지육을 반으로 자르는 과정에서 진공흡입기로 제거되고, 30개월 이상 소의 척주(등뼈)와 머리뼈.뇌.눈.3차신경절 등이 포함된 머릿부분 전체도 폐기된다. 내장의 경우 SRM인 회장원위부(소장 끝 50㎝)를 포함해 2ｍ를 잘라내고, 혀는 역시 SRM인 편도가 붙어있는 뿌리 쪽을 피해 절단한다.

이후 부위별로 생산된 쇠고기를 한국으로 보내려면 미국 농무부로부터 수출위생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FSIS) 소속 검역관은 '30개월 미만' 월령 조건이 포함된 '한국 수출용 품질시스템평가(QSA;Quality System Assessment)'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수출증명서를 발급하고, 업체는 이 증명서를 한국에 수출하는 쇠고기에 첨부한다.

◇ 3% 샘플 조사..곱창.혀는 조직검사도

롱비치 등 미국 항구에서 한국행 배에 실려 쇠고기가 부산항 등에 도착하는 데는 보통 보름 정도가 걸린다. 수 t의 소량 샘플용의 경우 1~2일 만에도 가능하다.

부산항에 도착한 쇠고기는 주로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 입성을 위해 용인.이천.광주 등 경기도 지역 검역원 소속 창고로 이동한다. 수입업자들이 검역을 신청하면 검역원은 검역관들을 현지로 보내 각 창고에 미리 배치돼 있는 관리수의사와 함께 검역을 진행한다.

추가협상 합의에 따라 미국 정부가 발급한 수출검역증이 없거나, 검역증에 '한국 QSA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됐다'는 확인 내용이 없을 경우 해당 수입 물량은 모두 반송된다. QSA 프로그램에 맞춰 생산, 수출된 30개월 미만 쇠고기라도 머리뼈.뇌.눈.척수는 수출금지 품목으로 규정된 만큼 검역을 통과할 수 없다. .

검역 당국은 수입이 재개된 뒤 약 6개월 정도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3% 비율로 샘플을 골라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살핀다. 이 같은 개봉검사 비율은 현재 호주.뉴질랜드산 쇠고기에 적용되는 1%에 비해 3배 높은 수준이다. 100개 박스가 수입됐을 때, 호주산은 1개만 열어 점검하는데 비해 미국산은 3개를 조사한다는 얘기다. 다만 6개월 간 검역상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면 미국산 쇠고기의 개봉검사 비율도 1%로 낮아진다.

특히 검역 당국은 곱창 등에 쓰이는 내장의 경우 3% 샘플을 골라 모두 해동을 거쳐 현미경 조직 검사까지 실시할 방침이다. 미국 작업장에서 SRM인 회장원위부(소장 끝 약 50㎝)를 포함, 해 내장의 2ｍ를 잘라내지만 완전히 제거됐는지 다시 확인하는 차원이다. 혀 역시 SRM인 편도가 붙어있지 않은지 조직 검사로 살핀다.

최종 검역 합격 판정을 받으면 수입업체는 합격증을 받아 관세를 납부한 뒤 수입 물량을 찾아 유통에 나선다. 검역 신청 접수-검역관 검사-합격증 발부-관세 납부 등 일련의 검역 절차에는 보통 3~4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과연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 수입되면 검역원이 급증한 업무량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처리해야 할 수입량 자체가 늘어날 뿐 아니라 미국산에 대해 현물 검사비율을 1%에서 3%로 높이고 내장.혀 등에 대한 현미경 조직검사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이미 검역원 정원이 619명에서 585명으로 줄어 검역관 및 연구원 등이 더욱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급한 대로 검역원은 수도권 물량이 집중되는 중부지원에 본원이나 다른 지원에서 차출된 10여명의 검역관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