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오른쪽)과 장대현 홍보팀장이 17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회의실에서 ‘48시간 비상국민행동’에 관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책회의 ‘비상행동’ 배경
“집회 변질” 여론몰이 제동…정치권 불신탓도
실질적인 정권심판 수단 없어 수위조절 고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20일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정권퇴진 운동’의 현실성, ‘촛불 동력’의 지속성 등에 대한 내부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 대책회의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재협상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48시간 비상국민행동’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의료 민영화 등으로 이른바 ‘의제 확대’를 선언한 데 이어, 이를 이끌어갈 ‘액션플랜’을 내놓은 셈이다. 대책회의의 이런 움직임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촛불집회 열기가 시들고,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등 일부 보수 언론의 여론몰이에 대응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장대현 대책회의 홍보팀장은 “보수 언론이 촛불 민심을 폄훼하고 이념 대결로 몰아가려는 양상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제 확대는 시민들의 자연스런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그동안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게 사실이다. 지난달 2일부터 50여일 가까이 이어 온 촛불집회와 거리행진이 꾸준히 일정 수준의 자발적인 동원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귀 막은 정부 태도로 분노는 더 커졌다”며 “지난 10일 촛불대행진 이후 일시적인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촛불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도 대책회의의 이런 행보에 큰 영향을 줬다. 일부에서 “이젠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국회가 재협상 수준의 대책을 내놓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게 대책회의의 중론이다. 대책회의는 그 근거로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의회가 어린이집 미 쇠고기 급식사용 금지 조례를 부결한 점 등을 사례로 꼽았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압도적 반대는 물론이고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부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책회의가 앞으로 국회의 무책임한 행동을 규탄하는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외의 다양한 의제를 결합할 경우 ‘촛불 민심’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등 실질적으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대 투쟁의 수위를 둘러싼 고민도 적지 않다. 대책회의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한 인사는 “정권 퇴진은 국민들의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는 정부에게, 국민들한테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있음을 환기시키는 정치적 압박의 의미가 크다”며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와 국정 쇄신책에 대한 민심의 향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팀장은 “그동안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정부에 할 말을 대부분 했다”며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실질적인 정권심판 수단 없어 수위조절 고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정한 20일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정권퇴진 운동’의 현실성, ‘촛불 동력’의 지속성 등에 대한 내부 고민 또한 커지고 있다. 대책회의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재협상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48시간 비상국민행동’ 등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겠다”며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대운하, 의료 민영화 등으로 이른바 ‘의제 확대’를 선언한 데 이어, 이를 이끌어갈 ‘액션플랜’을 내놓은 셈이다. 대책회의의 이런 움직임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촛불집회 열기가 시들고,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등 일부 보수 언론의 여론몰이에 대응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장대현 대책회의 홍보팀장은 “보수 언론이 촛불 민심을 폄훼하고 이념 대결로 몰아가려는 양상이 노골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의제 확대는 시민들의 자연스런 요구가 반영된 것인 만큼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책회의는 그동안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게 사실이다. 지난달 2일부터 50여일 가까이 이어 온 촛불집회와 거리행진이 꾸준히 일정 수준의 자발적인 동원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귀 막은 정부 태도로 분노는 더 커졌다”며 “지난 10일 촛불대행진 이후 일시적인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근본적인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 한 촛불 열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도 대책회의의 이런 행보에 큰 영향을 줬다. 일부에서 “이젠 국회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국회가 재협상 수준의 대책을 내놓을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게 대책회의의 중론이다. 대책회의는 그 근거로 지난 16일 서울 강북구의회가 어린이집 미 쇠고기 급식사용 금지 조례를 부결한 점 등을 사례로 꼽았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압도적 반대는 물론이고 통합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부결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책회의가 앞으로 국회의 무책임한 행동을 규탄하는 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책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외의 다양한 의제를 결합할 경우 ‘촛불 민심’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 등 실질적으로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반대 투쟁의 수위를 둘러싼 고민도 적지 않다. 대책회의 운영위원회에 참석하는 한 인사는 “정권 퇴진은 국민들의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는 정부에게, 국민들한테 정권을 심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힘이 있음을 환기시키는 정치적 압박의 의미가 크다”며 “정부의 추가협상 결과와 국정 쇄신책에 대한 민심의 향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 팀장은 “그동안 국민들은 촛불집회를 통해 정부에 할 말을 대부분 했다”며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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