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에서 분신한 뒤 치료를 받다 숨진 고 이병렬씨의 분향소가 9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에 차려져 시민들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쇠고기 협상 정부 비판
서울광장 등에 분향소
서울광장 등에 분향소
지난달 25일 전북 전주의 한 백화점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수입하기로 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며 분신했던 이병렬(42)씨가 9일 오전 끝내 숨졌다.
이씨는 그동안 서울 한강성심병원 화상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16일 만인 이날 오전 갑작스레 상태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한강성심병원은 “이씨가 계속 위독한 상태였으며, 이날 오전 10시반께 폐혈성 쇼크로 심장 박동 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고 밝혔다.
이씨의 유족들은 장지 결정 등 모든 장례 절차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반대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에 위임하기로 했다. 대책회의는 우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빈소를 차리고,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10일 ‘6·10 100만 촛불 대행진’이 열리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도 분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이날 산하 각급 노조에 분향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친형 이아무개(45)씨는 “어제 동생을 봤을 때만 해도 가족들을 알아보는 것 같아 희망을 가졌는데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며 “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이씨가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씨는 2006년 민주노동당, 올 2월엔 ‘민주노총 공공노조 전북평등노조’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활동했으며, 태안 삼성중공업 원유유출 사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운동 등에 참여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이 일자 ‘이명박 탄핵투쟁연대 범국민운동본부 전북지부’ 회원으로 가입하기도 했다. 지역 현안에도 관심이 많아 전주방송(JTV) 해고자 복직 투쟁, 전주시 상하수도 민간위탁 반대 집회 등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이씨의 분신은 특히 전북 지역에서 ‘광우병 의심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편, 축산농장에서 실직한 뒤 촛불 문화제에 참여하다가 지난 5일 새벽 서울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한 김아무개(55)씨는 전신 3도 화상(42%)을 입고 현재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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