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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열던 판교에서 청와대 다녀온 뒤 긴급 변경
홈피서 ‘청와대 접견’ 슬쩍 삭제…유족들도 반발
홈피서 ‘청와대 접견’ 슬쩍 삭제…유족들도 반발
5일 특수임무수행자회 회원 700여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을 선점해 위령제를 지낸 사실을 두고, 이날 저녁 이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던 촛불집회와 ‘캠핑농성’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이들이 위령제 하루 전에 장소를 전격적으로 시청 앞 광장으로 바꾸었고, 이들이 장소를 바꾸기로 한 날 이 단체 소속 간부 15명이 청와대 행사에 참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런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단체의 누리집 등을 보면, 이들은 ‘72시간 국민행동’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10시20분께 위령제를 여는 장소를 매년 현충일 기념행사를 해 오던 경기도 판교 금토리 충혼탑에서 시청 앞 광장으로 갑자기 변경해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오복섭 특수임무수행자회 사무총장은 “우리는 2주 전부터 행사를 준비했으며 촛불 집회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닌 자발적인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 아침에 경찰에 문의를 했는데 경찰이 행사장이 비어 있다고 해서 이곳으로 온 것”이라며 “텔레비전을 잘 안 봐서, 시가 행진을 하는 것은 알았지만 여기서 촛불집회를 하는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의 대표자들이 장소를 변경했던 지난 4일 다른 보훈단체들과 함께 청와대로 초청돼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5일 오전까지만 해도 “보훈단체 초청행사에 대표자 15명이 참석했으며, 대통령에게 힘든 점 등을 이야기했다. 다녀 온 뒤 운영진이 회의를 했다. 우리의 단합된 힘을 보여줄 때가 된 것 같다”고 공지돼 있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부터는 이런 공지가 갑자기 사라졌다.([그래픽]) 이 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해가 있을까봐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단체의 사무실과 건물 외벽에는 “대통령님 힘내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대형 펼침막도 걸려 있다.
이들이 시청 앞에 설치한 위패를 모시는 유족단체 쪽도 반발했다. 하태준 북파공작원에이치아이디(HID) 특수임무수행자 유가족동지회장은 “위패를 모시려면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당사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며 “우리는 희생자 가족인데도 광장을 차지한 이들 때문에 도맷금으로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보수단체들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단체 오 사무총장은 “현충일인 6일 저녁 때까지 위령제를 진행하며, 회의 결과에 따라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된 10일과 13일에도 보수 성향의 국민행동본부와 국가정체성국민협의회가 각각 ‘법질서 수호 구국기도회’와 ‘6·15 선언 폐기 촉구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하어영 최현준 김기태 기자 haha@hani.co.kr
5일 오후 대한민국특수임무수행자회 서울지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5층짜리 빌딩에 “대통령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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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특수임무수행자회의 전사자 합동위령제에서 북파공작원 유족들이 특수임무수행자회의 쪽으로부터 위패를 돌려받은 뒤 다른 사람의 위패를 잘못 줬다며 항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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