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59)
한겨레가 만난 사람 - 한-아랍 소사이어티 이희범 초대 이사장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창립회의를 갖고 공식 출범한 한-아랍소사이어티(Korea-Arab Society, KAS)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희범(59)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왜곡되고 오해 많은 아랍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사회는 아랍권에 대해 때론 무지하고 때론 편견에 사로잡혀 아랍 하면 자원이나 떠올려 온 게 사실”이라며 “한-아랍소사이어티 출범은 아랍권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과 아랍 두 개 문화권은 이제 1300년전 실크로드를 새로 잇는 ‘ 신실크로드’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20일 저녁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회장실과 25일 저녁 한-아랍소사이어티 환영리셉션이 열린 롯데호텔에서 두차례 만났다. 회장, 이사장 직함만 10개가 넘는 그는 매일 20건 가까운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며 “내가 맘대로 짤 수 있는 일정은 두어 개도 안된다”고 했다. 두 차례 두 시간 인터뷰 동안 하품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이라크 요르단 사우디 등 아랍 22개 주요국 참여…이란은 이번엔 빠져
-광주 유니버시아드 유치위원장으로 3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201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이번에 다시 한-아랍소사이어티 초대 이사장을 맡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KAS 참여범위는 어떻게 됩니까?
=한국과 아랍 22개국의 정부(왕실)과 기업, 단체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면 양측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랍세계에선 사우디아라비아, 예맨, 쿠웨이트, 요르단 등 아랍연맹(League of Arab States) 회원국이 대상입니다. 특히 걸프산유 6개국이 중심입니다. 이란과 중앙아시아, 동남아는 이번에 빠졌습니다만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봅니다.
-좀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드는데 창설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궁금합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인들이 억류됐던 사건 기억나시죠? 우리가 그동안 아랍권 문화에 대해 솔직히 너무 몰랐습니다. 관심도 적었던 게 사실이고요. 그러다 보니 인맥이 제대로 돼있을 리 없지요. 그동안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인 시각과 사고에 젖어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아랍사회를 아랍 그자체로 정확히 그리고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이지요. 사우디에는 한국대학생을 유치하려는 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만 해도 이슬람 계통 이주 노동자가 1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늦게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한-아랍소사이어티는 주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로선 자원 확보도 중요하겠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양쪽의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상대 문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대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바로 그것이지요. 이게 어느 정도 이뤄지면 문화도 교류하고 학생, 교수 그리고 스포츠 교류 등이 다음 단계로 될 수 있습니다.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중동, 혹은 아랍권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자원’쪽에만 관심을 둬온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것보다 선행돼야 할 게 바로 문화에 대한 상호이해와 인적교류입니다. 양측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공연단을 초청, 파견하고 문화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아랍어 전문 인력 양성과 아랍권 지도자 초청 연수 및 교육, 정기적인 학술 문화 포럼 개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말하자면 ‘컨센서스 빌딩’ 이게 최우선 목표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25일 밤 서울 롯데호텔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환영만찬에서는 술을 금하는 아랍풍습에 따라 오렌지주스로 건배를 대신했다. 26일 이 이사장이 낸 점심이? ?이명박 대통령 초청 청와대 만찬행사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 문화 이해가 최대 목표…아랍 금주 전통 중시해 술 대신 주스 건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한국과 아랍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해 재단을 창설해 공동운영하면서 여러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지요. 기존 국내의 아랍친선단체들 활동도 있습니다만, 한-아랍소사이어티는 ’국제기구’와 같은 성격의 우호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재단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랍국가들이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민간차원의 비공식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절실한 거죠. 또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이슬람권, 즉 아랍권과 관계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좋은 말씀입니다만, 상호이해, 인적교류만 갖고 소사이어티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업안을 갖고 있지요.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중동 왕족 등 유력인사와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국에 지부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유력인사 초청 강연, 국내 기업인 아랍국가 방문일정 주선 등도 곧 이뤄집니다. 에너지, 투자, 건설 등 분야별 박람회를 통해 국내 기업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언제든지 아랍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계획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프랑스와 일본이 아랍권과 어떻게 교류해오는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매년 아프리카를 순방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신년초에 말이죠. 그만큼 그쪽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요. 자원전쟁 시대에 그보다 더 좋은 확보방안이 뭐 있겠습니까? 프랑스도 1950년대부터 아랍국가들과 각종 교류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도 TICAD라 하여 아랍 30개 안팎 국가를 초청해 매년 도쿄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벌써 4회째입니다. 오랜 기간 아랍권에 시간과 정성을 쏟은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늦은 셈이죠.” -아랍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류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이를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일부 기독교계에선 곱지않은 시선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괜찮을까요? (라면서 기자는 내로라 하는 보수교단의 목사 이름을 대며 ‘그분은 벌써부터 이슬람의 한국상륙을 걱정하더라’고 했다) =그건 기우라고 봅니다. 우리 소사이어티는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활동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 간에도 화해와 교류가 필요한 바야흐로 글로벌 세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설득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창립행사에 온 아랍권 인사들은 어떤 분들이지요? =아랍 22개국 왕실 및 정, 재계 인사 200여명이 왔습니다. 정상급 인사로는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 미레드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외에 후사 알 사바, 아말 알 사바 쿠웨이트 공주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밖에 코모로 국회의장,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 팔레스타인 외교장관, 모리타니 상공장관 등이 참석해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수단, 지부티 대통령, 요르단 왕자 등 아랍의 별들 대거 참석 -에너지 관련 분야에선 누가 참석했습니까?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산업부 장관, 압둘말릭 알리마 예멘 석유광물부 장관, 유세프 오마이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사장, 알 카와쟈 이라크 석유개발회사 사장, 사엡 나하스 시리아 나하스그룹 회장, 자말 모하메드 바아메르 모로코 정유사 사장 등이 있어요. -문화계나 민간쪽 인사는 어떤 분들이 왔지요. =‘한-아랍간 상호소통과 이해증진을 위하여’를 주제로 한 개막 포럼에 아랍권 문화, 종교, 학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어요. 아부 니마 요르단 왕립종교연구소장이 사회를 맡았고 바데르 알 라파이 쿠웨이트 문화예술청장관이 기조발표를 했는데, 한국에 이렇게 아랍계 유력인사들이 한꺼번에 많이 오신 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습니다. 알 파히드 쿠웨이트 대학총장, 알 카라키 요르단대 총장, 알 아베드 UAE 언론위원장 겸 국영통신 사장, 자보르 알타니 카타르 국영통신위원장, 에잣 카밀 무프티 OIC(이슬람회의기구)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됩니까? =이사장을 포함해 20명의 이사회는 한국측 10명, 아랍측 10명, 같은 수로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이사장·부이사장은 한-아랍측에서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최초 2회 그러니까 앞으로 4년간은 한국이 맡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외교부 장관,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당연직 이사입니다. 사무국은 한국에 두는데, 임기 2년의 사무총장 역시 외교부장관 추천으로 이사장이 제청토록 돼있습니다. 초대 사무총장은 최승호 전 이집트대사가 맡기로 했습니다. (20일 첫 만남은 사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쪽에 맞춰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는데, 바로 얼마전 한-아랍소사이어티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됐다는 얘길 듣고 그쪽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그렇다고 U대회에 대해 포기할 순 없었다) -광주 U대회 유치 잘 돼갑니까? 혹시 평창처럼….(그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소치에 내준 2014동계올림픽 유치위 고문을 맡았었다) =나름대로 ‘진인사’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달초 실사단이 광주에 와서 “인간의 상상력엔 한계가 없다”고 극찬을 했어요. 광주시민 400만명이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U대회 3수생 러시아도 최근 모스크바에서 브뤼셀까지 800km 릴레이 마라톤을 하는 등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 같습니다. 집행위원회 23명과 대륙별 4명 등 27명이 투표하는데 유럽 13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2차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요. -표결 직전 프리젠테이션에선 숨겨둔 이벤트도 있겠죠, 물론? =공개할 수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포함해서 깜짝 놀랄 만한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순서가 세번째로 마지막인데, 꼭 피티를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광주가 U대회 개최권 따야할 3가지 이유 -광주가 상대 도시, 러시아의 카잔, 스페인의 비구에 비해서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요? =아다시피 광주는 세계적인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시작으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유니버시아드 정신 및 스포츠정신과 꼭 부합한다고 봐요. 여기에다 이 지역 출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구 137만의 10% 가까운 13만4천명이 대학생인 점 그리고 국내 주요 도시 가운데 국제대회를 한번도 연 적이 없는 광주에서 U대회가 열리면 IT강국 대한민국의 진면모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꼭 그렇게 되길 국민들께서도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역협회 얘기도 좀 하시죠. 임기가 내년 2월이지요? =저는 2006년 2월 취임 이후 몇가지 역점을 둔 게 있어요. 현장을 간다, 지방중소기업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다 이겁니다. 가령 중소기업회원사를 위해 14개 언어로 통·번역 무료서비스를 해주고 있습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환변동보험을 협회에서 회사당 100만원씩 내고 들어줬지요. 6만5천개 회원사가 작년 예년에 비해 13% 늘어난 것도 그런 회원 서비스에 대한 반사효과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 무역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선도그룹이 큰 강점입니다. 하지만 부품, 소재산업 등 근저가 약해 대일무역적자가 늘어나 지난해는 300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걱정됩니다. (그는 어려서 별명이 ’아범’이라고 소개했다. 아마 ’희범’이란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데다 편모 밑에서 어렵게 자라면서도 일찌감치 세상 이치를 깨닫고 의연하게 버텼기 때문인 듯하다. 일을 위해서라면 두주라도 불사하며 털털한 성격이지만 ‘공대출신’답게 세밀한 측면이 있어 주변을 놀래킬 적이 많다고 한다.) 글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 한국인들이 억류됐던 사건 기억나시죠? 우리가 그동안 아랍권 문화에 대해 솔직히 너무 몰랐습니다. 관심도 적었던 게 사실이고요. 그러다 보니 인맥이 제대로 돼있을 리 없지요. 그동안 지나치게 서구중심적인 시각과 사고에 젖어왔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아랍사회를 아랍 그자체로 정확히 그리고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이지요. 사우디에는 한국대학생을 유치하려는 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국내만 해도 이슬람 계통 이주 노동자가 10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너무 늦게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한-아랍소사이어티는 주로 어떤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로선 자원 확보도 중요하겠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양쪽의 이해를 높이는 것입니다. 상대 문화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대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바로 그것이지요. 이게 어느 정도 이뤄지면 문화도 교류하고 학생, 교수 그리고 스포츠 교류 등이 다음 단계로 될 수 있습니다. 자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차적이고 상대적인 것입니다. 중동, 혹은 아랍권에 대해 그동안 우리는 ‘자원’쪽에만 관심을 둬온 게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그것보다 선행돼야 할 게 바로 문화에 대한 상호이해와 인적교류입니다. 양측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각종 공연단을 초청, 파견하고 문화전시회를 열 계획입니다. 아랍어 전문 인력 양성과 아랍권 지도자 초청 연수 및 교육, 정기적인 학술 문화 포럼 개최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말하자면 ‘컨센서스 빌딩’ 이게 최우선 목표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25일 밤 서울 롯데호텔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 주재로 열린 환영만찬에서는 술을 금하는 아랍풍습에 따라 오렌지주스로 건배를 대신했다. 26일 이 이사장이 낸 점심이? ?이명박 대통령 초청 청와대 만찬행사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방 문화 이해가 최대 목표…아랍 금주 전통 중시해 술 대신 주스 건배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한국과 아랍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해 재단을 창설해 공동운영하면서 여러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이지요. 기존 국내의 아랍친선단체들 활동도 있습니다만, 한-아랍소사이어티는 ’국제기구’와 같은 성격의 우호와 협력을 도모하기 위한 재단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아랍국가들이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민간차원의 비공식 라인을 구축할 필요가 절실한 거죠. 또 이슬람에 대한 이해를 높여 이슬람권, 즉 아랍권과 관계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좋은 말씀입니다만, 상호이해, 인적교류만 갖고 소사이어티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는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사업안을 갖고 있지요. 가령 이런 것들입니다. 중동 왕족 등 유력인사와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각국에 지부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유력인사 초청 강연, 국내 기업인 아랍국가 방문일정 주선 등도 곧 이뤄집니다. 에너지, 투자, 건설 등 분야별 박람회를 통해 국내 기업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언제든지 아랍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계획입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프랑스와 일본이 아랍권과 어떻게 교류해오는지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는 매년 아프리카를 순방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신년초에 말이죠. 그만큼 그쪽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지요. 자원전쟁 시대에 그보다 더 좋은 확보방안이 뭐 있겠습니까? 프랑스도 1950년대부터 아랍국가들과 각종 교류를 맺어오고 있습니다. 이웃 일본도 TICAD라 하여 아랍 30개 안팎 국가를 초청해 매년 도쿄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벌써 4회째입니다. 오랜 기간 아랍권에 시간과 정성을 쏟은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늦은 셈이죠.” -아랍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교류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고, 이를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 일부 기독교계에선 곱지않은 시선을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괜찮을까요? (라면서 기자는 내로라 하는 보수교단의 목사 이름을 대며 ‘그분은 벌써부터 이슬람의 한국상륙을 걱정하더라’고 했다) =그건 기우라고 봅니다. 우리 소사이어티는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활동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 간에도 화해와 교류가 필요한 바야흐로 글로벌 세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설득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나가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창립행사에 온 아랍권 인사들은 어떤 분들이지요? =아랍 22개국 왕실 및 정, 재계 인사 200여명이 왔습니다. 정상급 인사로는 오마르 하산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이스마일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 미레드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 외에 후사 알 사바, 아말 알 사바 쿠웨이트 공주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밖에 코모로 국회의장, 카타르 에너지산업장관, 팔레스타인 외교장관, 모리타니 상공장관 등이 참석해 협력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습니다. 수단, 지부티 대통령, 요르단 왕자 등 아랍의 별들 대거 참석 -에너지 관련 분야에선 누가 참석했습니까?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산업부 장관, 압둘말릭 알리마 예멘 석유광물부 장관, 유세프 오마이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 사장, 알 카와쟈 이라크 석유개발회사 사장, 사엡 나하스 시리아 나하스그룹 회장, 자말 모하메드 바아메르 모로코 정유사 사장 등이 있어요. -문화계나 민간쪽 인사는 어떤 분들이 왔지요. =‘한-아랍간 상호소통과 이해증진을 위하여’를 주제로 한 개막 포럼에 아랍권 문화, 종교, 학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어요. 아부 니마 요르단 왕립종교연구소장이 사회를 맡았고 바데르 알 라파이 쿠웨이트 문화예술청장관이 기조발표를 했는데, 한국에 이렇게 아랍계 유력인사들이 한꺼번에 많이 오신 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습니다. 알 파히드 쿠웨이트 대학총장, 알 카라키 요르단대 총장, 알 아베드 UAE 언론위원장 겸 국영통신 사장, 자보르 알타니 카타르 국영통신위원장, 에잣 카밀 무프티 OIC(이슬람회의기구) 사무총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습니다.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됩니까? =이사장을 포함해 20명의 이사회는 한국측 10명, 아랍측 10명, 같은 수로 이상으로 구성됩니다. 이사장·부이사장은 한-아랍측에서 돌아가면서 맡게 되는데 최초 2회 그러니까 앞으로 4년간은 한국이 맡기로 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외교부 장관,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당연직 이사입니다. 사무국은 한국에 두는데, 임기 2년의 사무총장 역시 외교부장관 추천으로 이사장이 제청토록 돼있습니다. 초대 사무총장은 최승호 전 이집트대사가 맡기로 했습니다. (20일 첫 만남은 사실,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쪽에 맞춰 인터뷰하기 위해서였는데, 바로 얼마전 한-아랍소사이어티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됐다는 얘길 듣고 그쪽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그렇다고 U대회에 대해 포기할 순 없었다) -광주 U대회 유치 잘 돼갑니까? 혹시 평창처럼….(그는 지난해 7월 러시아 소치에 내준 2014동계올림픽 유치위 고문을 맡았었다) =나름대로 ‘진인사’는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달초 실사단이 광주에 와서 “인간의 상상력엔 한계가 없다”고 극찬을 했어요. 광주시민 400만명이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U대회 3수생 러시아도 최근 모스크바에서 브뤼셀까지 800km 릴레이 마라톤을 하는 등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는 것 같습니다. 집행위원회 23명과 대륙별 4명 등 27명이 투표하는데 유럽 13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고 2차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요. -표결 직전 프리젠테이션에선 숨겨둔 이벤트도 있겠죠, 물론? =공개할 수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영상메시지를 포함해서 깜짝 놀랄 만한 걸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 순서가 세번째로 마지막인데, 꼭 피티를 잘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광주가 U대회 개최권 따야할 3가지 이유 -광주가 상대 도시, 러시아의 카잔, 스페인의 비구에 비해서 갖고 있는 장점이 무엇인지요? =아다시피 광주는 세계적인 민주·평화·인권의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1929년 광주학생운동을 시작으로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유니버시아드 정신 및 스포츠정신과 꼭 부합한다고 봐요. 여기에다 이 지역 출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구 137만의 10% 가까운 13만4천명이 대학생인 점 그리고 국내 주요 도시 가운데 국제대회를 한번도 연 적이 없는 광주에서 U대회가 열리면 IT강국 대한민국의 진면모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꼭 그렇게 되길 국민들께서도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무역협회 얘기도 좀 하시죠. 임기가 내년 2월이지요? =저는 2006년 2월 취임 이후 몇가지 역점을 둔 게 있어요. 현장을 간다, 지방중소기업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이 되도록 한다 이겁니다. 가령 중소기업회원사를 위해 14개 언어로 통·번역 무료서비스를 해주고 있습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환변동보험을 협회에서 회사당 100만원씩 내고 들어줬지요. 6만5천개 회원사가 작년 예년에 비해 13% 늘어난 것도 그런 회원 서비스에 대한 반사효과 아닌가 합니다. -우리나라 무역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선도그룹이 큰 강점입니다. 하지만 부품, 소재산업 등 근저가 약해 대일무역적자가 늘어나 지난해는 300억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걱정됩니다. (그는 어려서 별명이 ’아범’이라고 소개했다. 아마 ’희범’이란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데다 편모 밑에서 어렵게 자라면서도 일찌감치 세상 이치를 깨닫고 의연하게 버텼기 때문인 듯하다. 일을 위해서라면 두주라도 불사하며 털털한 성격이지만 ‘공대출신’답게 세밀한 측면이 있어 주변을 놀래킬 적이 많다고 한다.) 글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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