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담화문 발표에도 “FTA 반대·쇠고기 재협상” 곳곳 집회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이 나온 22일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서울 청계광장과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광우병 위험·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이날 저녁 7시께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민은 속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열다섯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청계광장에는 5천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했으며, 시민들의 자유발언과 여성농민회 노래패의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는 농민들과 전국빈민연합 소속 회원 등이 개별 집회를 연 뒤 촛불집회에 참가해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김흥현 전국빈민연합 상임의장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오늘도 수많은 빈민들이 철거 용역들에게 탄압받고 있다”며 “촛불집회장에서 동영상을 찍어 올린 누리꾼 덕에 지나칠 뻔한 ‘김밥할머니 폭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석을 차지해 제도적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탄핵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재협상이 없다면 이제 국민이 정부를 버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 1만5천명은 오후 3시께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무효·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전국농민대회’를 벌인 뒤, 서울 청계광장에 모였다. 농민들은 “상승하고 있는 비료값과 사료값 때문에 농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정부는 오히려 농업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빈민연합 소속 회원 1천여명도 오후 4시께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미국산 쇠고기 반대 집회’를 열고 청계광장까지 행진을 한 뒤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등 정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도 잇따랐다. 대책회의는 이날 낮 11시30분께 서울 통인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통령의 담화문은 진심 어린 사과 대신 재협상 불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강행을 천명하고 있다”며 “담화문 발표가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고시를 강행하면 민주노총 산하조직을 비상동원 체계로 전환하고, 미국산 쇠고기가 있는 수도권·부산의 물류창고 14곳에 조합원을 배치해 운송을 막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도 “병원 단체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빼는 급식운영 지침을 마련하라”며 “보건복지가족부와 청와대 앞에서 집회 등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황춘화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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