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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HIV 보균자의 단식투쟁…“쇠고기 재협상 위해”

등록 2008-05-10 02:01수정 2008-05-10 15:49

 8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나선 누리꾼 배성용(28)씨. 그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8일부터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투쟁에 나선 누리꾼 배성용(28)씨. 그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누리꾼 배성용(28)씨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철회 및 재협상’을 주장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건너편 국민은행 건물 앞에서 단식투쟁에 나섰다. 배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지난 8일 “지금 단식투쟁 하러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긴 후 이를 행동에 옮겼다. 작은 텐트와 책 몇 권, 소금과 물에 의지한 채 배씨는 생애 첫 모험을 시작했다.

 

 그는 몇 년전 HIV 양성판정을 받은 보균자다. 깡마른 체구의 배씨는 한눈에 보기에도 많이 야위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직 면역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괜찮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수입을 철회할 때까지 결코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배씨가 단식투쟁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명록에 응원의 댓글을 남기며 그의 건강을 염려하고 있다. 그동안 한산했던 배씨의 미니홈피 방명록은 그가 단식투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약 600여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누리꾼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누리꾼 김동현씨는 “같이 하지 못해 아쉽고 부디 힘내서 몸 다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고, 누리꾼 이태훈씨는 “형의 투쟁으로 대한민국이 바뀔 겁니다. 존경합니다” 라고 글을 남겼다.

 


 누리꾼들은 다음 <아고라>에서도 배씨의 단식과 관련 격려 댓글 달기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누리꾼 ‘미스터게이츠’는 “이 친구가 무슨 잘못인가. 정부는 국민 경제 살리겠다더니 새파란 청년을 단식하게 만들었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단식중인 배성용 학생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배씨의 미니홈피 주소를 자신의 글에 덧붙였다. 누리꾼 ‘앨리스’는 직접 배씨의 단식투쟁 현장을 다녀온 후 사진을 찍어 <아고라>에 글을 남겨 누리꾼에게 발빠른 소식을 전했다. 그는 “따가운 햇살 아래 국회 앞에서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탔는데 맨 바닥에 누워잘 것을 생각하니…”라며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기자가 배성용씨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단식은 왜 시작한 것인가.

 =정부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설명해도 믿지 못하겠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게 압력을 넣고 누리꾼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

 

 -언제까지 할 것인가.

 =정부가 미국산 수입을 철회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다.

 

 -홈피 글을 보면 몸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난 몇 년 전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아 괜찮다.

 

 -단식하다 보면 몸에 무리가 가서 생명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목숨이 위태로워질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어차피 목숨 걸고 시작한 일이다. 그만큼 이 문제가 절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식이 힘들진 않은가.

 =집이 얼마나 좋고 엄마가 해주신 밥이 얼마나 맛있었던 것인지 알 것 같다. 괴롭다.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나.

 =<안티이명박카페>의 회원이다. 어느 정당에 가입돼 있는 건 아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배후세력 운운하는데 조사해봐라. 아무 것도 나올 것 없을 것이다. 내 개인의 의지로 이렇게 거리에 나선 것이다. 해외아동 후원단체와 HIV보균자 후원단체에 조금씩 기부금만 내고 있을 뿐 난 평범한 시민이다.

 

 -원래 꿈은 뭐였나.

 =나도 꿈이 있다. 살고 싶다. 윈도우같은 OS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반시민들이 저렴하게 구입해 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지금 단식투쟁에 나선 것을 알고 있나.

 =아직 모르실 거다. 말하고 나오면 분명 말리실 것이기 때문에 말 안했다.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계시고 어머니는 나 하나만 믿고 사신다.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부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방침을 철회해주길 바란다.

 

 -누리꾼과 정부에 할 말 있으면 해달라.

 =누리꾼이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웠으면 한다. 나도 끝까지 싸우겠다. 우린 냄비가 아니다. 정부에게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실히 보여주자.

 그리고 정부는 제발 서민을 위해 일해줬으면 한다. 공기업도 민영화하고 의료보험도 민영화 한다고 한다. 서민을 버리고 1%의 국민을 위해 일한다면 우리의 정부가 아니다.

 

  목숨을 내걸고 ‘쇠고기 수입방침 철회’를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는 그의 외침은 언제쯤 청와대에 닿을 수 있을까. 배씨의 단식투쟁은 이제 막 이틀을 넘겼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아직 그를 멀뚱히 쳐다만 볼 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9일 그의 여의도 텐트를 찾아갔을 때 그는 이런 모습을 보며, 조용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의 일기장엔 휘갈긴 글씨로 단식 첫날밤의 일기가 적혀 있었다.

 

 “혼자 있는데 참 외롭단 생각이 든다. 하긴 원래부터 외로운 길이었으니까.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힘내자. 나 혼자 싸우는 것도 아니고.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꼭 해낼 수 있겠지”

 

 그는 아직 수 많은 누리꾼들이 자신의 미니홈피를 들러 방명록에 댓글을 남기고 있는 것을 모른다.

 

 글/사진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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