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지시로 선생님들 ‘학생단속’ 나와
학생들 “자발적 모임 방해 안했으면”
학생들 “자발적 모임 방해 안했으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엔 ‘선생님’들이 부쩍 눈에 많이 띄었다. 교사들은 서울 시내 지하철역 등 청계광장으로 통하는 길목 곳곳에서 학생들의 귀가를 종용했다. 교사들은 “‘현장에서 학생 지도를 하라’는 서울시교육청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교사들은 학생들 틈으로 다가가 ‘어디서 왔냐’, ‘어떻게 알고 나왔냐’ 등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앞에서 여고생 네 명과 언쟁을 벌이던 한 교감은 “학생들이 많이 나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 왔는지 알아보고 있다”며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은 고쳐주는 등 학생 선도 차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한아무개(18·ㅅ여고2)양은 “그냥 자발적인 모임이니까 방해를 안 하면 오히려 더 안전하고 빨리 끝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학생 지도’를 명분으로 중·고생들의 집회 참여를 막기 위한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압박’도 다양했다. 서울 ㅎ여고 1학년 노아무개양은 “학교에서 전체 방송으로 ‘집회 갔다가 걸리면 벌점 준다’고 했다”며 “지난 6일 여의도 집회 때도 학교에서 ‘집회에 가지 말라’고 해 못 간 애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벌점을 많이 받으면 점수가 깎이는 것은 아니지만 화장실 청소 등 교내 봉사를 해야 한다. 노양은 “실제 집회 현장에 나오면 폭력 시위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어른들과 우리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학부모들한테 ‘자녀들의 집회 참가를 막아 달라’고 당부하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했다. 서울 ㅁ중학교는 가정통신문에 “심야 촛불행사는 학생의 안전이 가장 문제가 된다. 자녀 보호를 위해 집회에 참석하지 않고 일찍 집에 돌아오도록 잘 지도해 달라”고 적었다. 청계광장을 찾은 한 교사는 “학생들이 사고로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돼 나왔다”며 “애들 이름 적어서 처벌하고 그럴 생각은 아니고 나도 상황을 봐서 일찍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경화 황춘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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