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들 ‘안전식단’ 골머리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위아무개(27) 영양사는 얼마 전 5월 급식 식단에서 닭고기를 아예 뺐다. 서울에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뒤로 학부모 급식 모니터링단에서 ‘닭고기를 넣지 말라’는 항의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 전 점심 급식에 닭강정을 내놨더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도 대질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닭고기, 쇠고기는 먹지 말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위씨는 “혹시 모를 불안감에 닭고기를 빼긴 했는데, 돼지고기만으로 어떻게 균형 있는 식단을 짤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선 학교 급식소 영양사들이 ‘안전한 식단’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와 광우병 파동 등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학부모들의 요구와 항의는 많아지는데, 정작 교육 당국 차원의 대책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모든 게 일선 학교에 내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노아무개 영양사는 “무풍지대였던 서울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없어 식단을 짜면서도 하루하루 걱정이 앞선다”며 “교육 당국 차원에서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급식을 먹는 학생과 학부모도 불안하다. 서울 한 초등학교 급식소에서 만난 김아무개(11)군은 “요즘 엄마가 날마다 ‘오늘 급식 반찬은 뭐가 나왔냐’고 물어본다”며 “뉴스를 보면 나도 괜히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8일 점심 급식 때 스파게티를 먹었다는 염아무개(11)양은 “맛있는 게 나오면 잘 먹지만 같은 반 아이들이 ‘이런 거 먹어도 되는 거냐’며 한마디씩 한다”며 “이런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2003년 12월 기본 지침을 다 내려보낸 적이 있고 학부모로 구성된 감시단이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개별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지침을 따로 내려보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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