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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밥상의 문제’ 인터넷 카페서 먼저 주도

등록 2008-05-06 14:42수정 2008-05-07 17:26

미국산 쇠고기 ‘성난 민심’
효순·미선 촛불집회와 차이

지난 주말 서울 청계광장을 후끈 달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치여 숨진 ‘효순·미선이 추모집회’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를 연상케한다.

우선 이들 집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대규모 도심 집회’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젊은층의 주된 소통 수단인 인터넷이 위력을 발휘한 점도 비슷하다. 하루 수십만명이 참여했던 효순·미선 추모집회와 탄핵반대 집회는 인터넷 댓글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급속히 세를 키웠다. 이번 촛불집회 역시 많은 학생과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끈 주된 매개체는 인터넷 커뮤니티였다. 지난 3일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김광성(49·회사원)씨는 “군대 간 아들한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일 순 없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뒤져 집회장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는 정치적 이슈가 아닌 일상적인 ‘밥상의 문제’라는 점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효순·미선이 추모집회를 이끌었던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는 “당시 추모집회는 평범한 여중생을 죽이고도 큰 소리치던 미국의 뻔뻔함을 규탄했던 정치적인 변혁의 문제였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서민들이 자신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정책에 대한 저항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인터넷 카페 등 누리꾼들이 촛불집회를 주도한다는 점도 달라진 대목이다. 앞선 촛불시위는 인터넷 등으로 촉발된 시위를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조직하면서 정치적 이슈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집회의 경우 지금까지는 ‘안티 이명박’ ‘미친소닷넷’ 등 몇몇 인터넷 카페들이 행사 일정을 공지하며 집회를 이끌고 있다. 특히 이들 인터넷 모임은 ‘특정 단체의 깃발을 따르지 말라’는 시위 방침을 내리는 등 정치적 색채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즐겁고 밝은’ 집회 분위기도 이전에는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이번 촛불집회에서는 <아리랑>, <오 필승 코리아> 등 월드컵 응원행사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노래와 춤, 이에 호응하는 박수와 환호성이 집회장을 가득 메웠다. 앞선 촛불집회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김아무개(40) 수녀는 “이전과 달리 참가자들이 밝게 웃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시민들이 이제는 촛불집회를 하나의 축제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번 촛불집회는 자신들의 안전·건강 문제라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지켜지지 못한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단순하면서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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