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왼쪽 세번째)등 정부쪽 인사와 안상수 원내대표(오른쪽 세번째) 등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4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에 따른 광우병 논란 확산과 관련해 긴급 당·정·청 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졸속합의’ 재협상 방향은
정부가 지난달 18일 졸속으로 미국과 합의한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안에서 허점과 독소조항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또 정부가 한글본 합의문을 만들 때 검역주권과 관련된 핵심 조항의 영문 문구를 왜곡해 번역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특히 검역주권을 포기한 조항들과 관련해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재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조항들과 개정 방향을 짚어본다.
연령표시 유지·특정위험물질 규제 강화 시급
쇠고기 작업장 승인권도 한국이 계속 가져야 ■광우병 추가 발생 때 즉각 수입 중단 못해=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을 보면,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다. 농수산식품부가 발표한 한글 합의문에는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역학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우리 쪽에 알리고, 추가 발생 사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를 한국 정부가 수입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는 조건으로 걸고 있다. 그러나 영문 합의문에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추상적 표현이 없다. 대신 미국이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받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란 지위가 ‘불리하게 변경’(adverse change)되는 것을, 그것도 국제수역사무국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수입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결국 영문 합의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또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 등급을 한 단계 낮춰야만 우리 정부가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문구 자체가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아 실제 광우병이 추가 발생했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미국 자체 역학조사에 수개월이 걸리고, 국제수역사무국이 등급 조정을 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입국에서 아무런 조처를 내릴 수 없도록 한 합의는 세계무역기구의 위생검역협정이 보장하는 회원국 권리의 포기라고 지적한다. ■연령 표시 제대로 안 돼=개정안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이 없어졌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조차 30개월 미만의 경우에는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 2006년 3월에 정해진 수입위생조건에서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라도 뇌·척수·척주·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7가지는 수입 금지 품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7가지 가운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5가지는 들어올 수 있게 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7가지 부위의 수입을 계속 금지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미국의 쇠고기 월령 표시 의무를 면제해 줬다는 것이다. 즉 30개월 이상 된 소의 특정위험물질 부위도 30개월 미만으로 둔갑해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개정안을 보면, 수입위생조건 발효 뒤 180일간 등뼈가 포함된 티본 스테이크 등에 한해 해당 쇠고기가 30개월령 이하임을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키로 한다고 돼 있다. 즉 연령 표시의 대상이 티본 스테이크로 제한돼 있고 또 180일 뒤면 연령 표시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물사료 금지 강화 공포만 해도 연령 제한 철폐=게다가 정부는 미국이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공포하기만 하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이 즉각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공포해 연령 제한이 없어졌다. 하지만 실제 이행은 내년 4월이어서 11개월 가량은 강화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30개월 이상 소도 수입된다. 따라서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가 실제 이행되는 시점에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안전성 측면에선 일본처럼 광우병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4s한국 정부, 도축상 승인권 없어]=2006년 3월에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는 “수출 쇠고기를 생산하는 작업장은 한국 정부가 현지 점검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승인한 작업장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한 개정안에는 “미국 농업부의 검사하에 운영되는 미국의 모든 육류 작업장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고 돼 있다. 이는 기존에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 승인권을 미국 정부에 내준 셈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쇠고기 작업장 승인권도 한국이 계속 가져야 ■광우병 추가 발생 때 즉각 수입 중단 못해=수입위생조건 개정안을 보면, 미국에서 추가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즉각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다. 농수산식품부가 발표한 한글 합의문에는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역학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우리 쪽에 알리고, 추가 발생 사례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의 미국 광우병 지위 분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경우”를 한국 정부가 수입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는 조건으로 걸고 있다. 그러나 영문 합의문에는 ‘부정적인 영향’이라는 추상적 표현이 없다. 대신 미국이 현재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받은 ‘광우병 위험 통제국’이란 지위가 ‘불리하게 변경’(adverse change)되는 것을, 그것도 국제수역사무국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수입중단 조처를 내릴 수 있게 되어 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결국 영문 합의문을 그대로 적용하면 미국에서 광우병이 또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 등급을 한 단계 낮춰야만 우리 정부가 수입중단 조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문구 자체가 명확하게 합의되지 않아 실제 광우병이 추가 발생했을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인정했다. 통상전문가들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미국 자체 역학조사에 수개월이 걸리고, 국제수역사무국이 등급 조정을 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입국에서 아무런 조처를 내릴 수 없도록 한 합의는 세계무역기구의 위생검역협정이 보장하는 회원국 권리의 포기라고 지적한다. ■연령 표시 제대로 안 돼=개정안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이 없어졌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조차 30개월 미만의 경우에는 수입이 가능하게 됐다. 2006년 3월에 정해진 수입위생조건에서는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라도 뇌·척수·척주·눈 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 7가지는 수입 금지 품목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30개월 미만 쇠고기의 경우 7가지 가운데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 5가지는 들어올 수 있게 된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7가지 부위의 수입을 계속 금지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미국의 쇠고기 월령 표시 의무를 면제해 줬다는 것이다. 즉 30개월 이상 된 소의 특정위험물질 부위도 30개월 미만으로 둔갑해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개정안을 보면, 수입위생조건 발효 뒤 180일간 등뼈가 포함된 티본 스테이크 등에 한해 해당 쇠고기가 30개월령 이하임을 표기하고 180일 이후 계속 표시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 협의키로 한다고 돼 있다. 즉 연령 표시의 대상이 티본 스테이크로 제한돼 있고 또 180일 뒤면 연령 표시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물사료 금지 강화 공포만 해도 연령 제한 철폐=게다가 정부는 미국이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공포하기만 하면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도 수입하도록 합의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이 즉각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를 공포해 연령 제한이 없어졌다. 하지만 실제 이행은 내년 4월이어서 11개월 가량은 강화 조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우병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30개월 이상 소도 수입된다. 따라서 동물 사료 금지 강화 조처가 실제 이행되는 시점에 연령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안전성 측면에선 일본처럼 광우병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20개월 이하의 쇠고기만 수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4s한국 정부, 도축상 승인권 없어]=2006년 3월에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는 “수출 쇠고기를 생산하는 작업장은 한국 정부가 현지 점검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승인한 작업장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한 개정안에는 “미국 농업부의 검사하에 운영되는 미국의 모든 육류 작업장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쇠고기 또는 쇠고기 제품을 생산할 자격이 있다”고 돼 있다. 이는 기존에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던 미국산 쇠고기 작업장 승인권을 미국 정부에 내준 셈이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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