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 단속반이 지난달 25일 경기 일산 한 한식당에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 단속을 하다, 식당 주인과 메뉴판 원산지 표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은지희 취재·영상팀 피디 eunpd@hani.co.kr
“어느 나라 산이냐고? 모르죠”
`원산지 표시’ 단속 음식점 가보니
“다 이런식이예요”
식당쪽 `법규정’ 뒷전 “이렇게 아무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으로) 들어옵니까?”(식품의약품안전청 단속반원) “쇠고기 주문하면 다, 이런 식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집 가보세요. 다 그래요.”(음식점 주방장) “이렇게 들어오면 주방장은 이게 어느 나라 산인지 아세요?” “모르죠. 장사가 돼야 (원산지 표시가 돼 있는)박스로 재료를 들여오죠.” 식약청 단속반이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대중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 실태를 점검하는 현장에서 나온 공방들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ㅅ한정식집 주방 냉동고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비닐 포장지에 담긴 쇠고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단속반원들은 포장지를 하나하나 뜯으며 주방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식당은 한끼 2만8000원 하는 한정식 메뉴에 쇠고기를 재료로 쓰는 떡갈비, 갈비찜 등을 주로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갈비찜 재료로 쓰이는 쇠고기가 원산지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지에 담겨 냉동고 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방장조차 “원산지가 어느 나라인지, 언제 고기가 들어왔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단속반의 거듭하는 질문에 “호주산이겠죠.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단속반과 실랑이는 계산대 앞에서도 이어졌다. 단속반이 “이 집은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식당이니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주인은 “고기 전문점이 아니라서 원산지 표시 대상인 줄 몰랐다”고 둘러댔다. 식품위생법상 식당의 규모가 300㎡(90평) 이상이면, 요리에 쓰이는 고기의 원산지를 메뉴판이나 식당 입구에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를 어기는 식당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30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단속반들이 나간 대부분 식당에선 거래명세표에도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즉석에서 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단속반 관계자는 “한우는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하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가 없는 것은 거의 수입산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이나 납품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래명세표를 조작해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식약청 한상철 중앙기동단속반 반장은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원산지 허위표시나 둔갑 판매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며 “음식점 뿐 아니라 쇠고기 수입업체나 발골 업체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것을 모두 단속해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 위반을) 뿌리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식약청의 현장 조사 결과는 쇠고기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조차 철저히 배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식당쪽 `법규정’ 뒷전 “이렇게 아무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으로) 들어옵니까?”(식품의약품안전청 단속반원) “쇠고기 주문하면 다, 이런 식으로 들어옵니다. 다른 집 가보세요. 다 그래요.”(음식점 주방장) “이렇게 들어오면 주방장은 이게 어느 나라 산인지 아세요?” “모르죠. 장사가 돼야 (원산지 표시가 돼 있는)박스로 재료를 들여오죠.” 식약청 단속반이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대중음식점을 대상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 실태를 점검하는 현장에서 나온 공방들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 ㅅ한정식집 주방 냉동고에는 원산지 표시가 없는 비닐 포장지에 담긴 쇠고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단속반원들은 포장지를 하나하나 뜯으며 주방장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 식당은 한끼 2만8000원 하는 한정식 메뉴에 쇠고기를 재료로 쓰는 떡갈비, 갈비찜 등을 주로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갈비찜 재료로 쓰이는 쇠고기가 원산지 표시도 없이 비닐 포장지에 담겨 냉동고 한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주방장조차 “원산지가 어느 나라인지, 언제 고기가 들어왔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했다. 단속반의 거듭하는 질문에 “호주산이겠죠.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단속반과 실랑이는 계산대 앞에서도 이어졌다. 단속반이 “이 집은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식당이니 메뉴판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주인은 “고기 전문점이 아니라서 원산지 표시 대상인 줄 몰랐다”고 둘러댔다. 식품위생법상 식당의 규모가 300㎡(90평) 이상이면, 요리에 쓰이는 고기의 원산지를 메뉴판이나 식당 입구에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이를 어기는 식당은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30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단속반들이 나간 대부분 식당에선 거래명세표에도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 즉석에서 처분 결정이 내려지고 있다. 단속반 관계자는 “한우는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하기 때문에 원산지 표시가 없는 것은 거의 수입산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이나 납품업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거래명세표를 조작해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할 수도 있다. 식약청 한상철 중앙기동단속반 반장은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원산지 허위표시나 둔갑 판매로 부당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며 “음식점 뿐 아니라 쇠고기 수입업체나 발골 업체가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것을 모두 단속해야 하기 때문에 (원산지 위반을) 뿌리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식약청의 현장 조사 결과는 쇠고기 유통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조차 철저히 배제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알게 모르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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