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저녁 서울 태평로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촉구하며 촛불을 치켜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청계광장 집회 시민들 자발적 참여
“안전한 밥상 지키자” 구호 틈새 “서민미래 어둡다” 외침도
“안전한 밥상 지키자” 구호 틈새 “서민미래 어둡다” 외침도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는 대학생 은화리(21)씨는 2일 난생처음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은씨는 “이건 당장 내 저녁식사와 관련된 일상의 문제”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찬규(35)씨는 좀 다른 이유로 집회에 참석했다. 박씨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서민의 미래가 어두워진 것 같아 야근도 건너뛴 채 나왔다”고 했다.
[현장] 광우병 소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TAGSTORY1%%]
이날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촛불집회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겨우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했던 시민단체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진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가 먹거리 문제에 예민해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크다. 집회에 참석한 강세원(58)씨는 “먹거리 외교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 정부는 엉망”이라며 “국민 건강을 지켜주지 못하는 대통령은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성난 민심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온라인에 번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을 통해서였다.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 방침에 화난 누리꾼들은 급기야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 요구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1일 하루에만 20만명 넘게 서명했고, 이날까지 6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댓글도 25만개가 넘게 달렸다. 자신을 임신부라고 소개한 이명곤씨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아이 낳기가 무섭다.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를 공포에서 아이를 지킬 자신이 없다”고 글을 올렸다.
하지만 민심의 분노는 단순히 먹거리 문제에만 국한되진 않았다. 정부 출범 뒤 나온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고, 참가자들의 구호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졌다. 청소년들은 집회 내내 ‘0교시 폐지, 우열반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강아연(15)양은 “0교시가 싫은데 억지로 시키니까 공부도 안되고, 아침밥을 먹을 권리를 왜 빼앗아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회사원 박진호(33)씨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이 성범죄 증가,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마루(23)씨도 “대운하나 영어몰입 같은 정책은 쓸 데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정치가 아닌 제대로 된 정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유수현(18)양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두 달을 보낸 것 같다”며 “말로는 경제 성장을 강조하지만 실제 서민들의 경제는 생각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이날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어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이미 화난 민심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참여연대, 환경정의, 한국진보연대 등 1천여개의 단체는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에 저항하는 범국민 긴급대책회의’를 구성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쪽은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각 분야 노동조합과 정치인들까지 합류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고 전했다. 송경화 김성환 기자 freehwa@hani.co.kr 영상 박수진 피디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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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2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을 가득 메우고 저마다 촛불을 치켜든 채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하지만 민심의 분노는 단순히 먹거리 문제에만 국한되진 않았다. 정부 출범 뒤 나온 각종 정책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졌고, 참가자들의 구호도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졌다. 청소년들은 집회 내내 ‘0교시 폐지, 우열반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강아연(15)양은 “0교시가 싫은데 억지로 시키니까 공부도 안되고, 아침밥을 먹을 권리를 왜 빼앗아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회사원 박진호(33)씨는 “쇠고기 문제뿐만 아니라 어린이 성범죄 증가, 사교육비의 급격한 증가 등 서민을 위한 정책은 찾아볼 수 없어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마루(23)씨도 “대운하나 영어몰입 같은 정책은 쓸 데 없다고 생각한다. 소수를 위해 다수가 희생하는 정치가 아닌 제대로 된 정치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유수현(18)양은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두 달을 보낸 것 같다”며 “말로는 경제 성장을 강조하지만 실제 서민들의 경제는 생각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는 이날 정운천 농수산식품부 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어 광우병 위험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지만, 이미 화난 민심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참여연대, 환경정의, 한국진보연대 등 1천여개의 단체는 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전면 수입에 저항하는 범국민 긴급대책회의’를 구성할 예정이다. 참여연대 쪽은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각 분야 노동조합과 정치인들까지 합류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고 전했다. 송경화 김성환 기자 freehwa@hani.co.kr 영상 박수진 피디
▶ [3일 현장 3신]“광우병 프랜들리, 부자 정책 너무 싫다”
▶ [2일 현장 3신]1만여명 합창 “광우병 소 수입 반대!”
▶ 2일 ‘이명박정부 불신’ 1만여명 ‘성난 촛불’
▶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 35%로 급락
▶ [사설]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광우병 공포’
▶ 반미선동이 아니라 ‘국민 건강’ 걱정이다!
▶ 수입 쇠고기는 ‘홍두깨’, 한우 둔갑 ‘주방장도 몰라’
▶ 미국산 쇠고기를 안 사먹으면 된다는 대통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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