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환 목사. 김명진 기자
[한겨레가 만난 사람] 기독교 보수교단의 거두 김장환 목사
꼭 35년 전인 1973년 5월 말, 서울에서 세계적인 부흥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전도대회가 열렸다. 5일간 총 320만명이 운집했다. 마지막 날엔 117만 명이 모여 집회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때 대회 장면은 , 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당시 그레이엄 목사 옆에서 유창하게 통역을 한 ‘키 작은 목사’가 바로 그였다.
“둘 다 긴장했지만 하나의 음성으로 나왔던 것 같아요. 그 ‘사건’이 통역설교의 핵심이 됐고, 지금도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이 그걸 모델로 많이 배우고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도 그때 내가 한국말로 설교하고 자기가 영어로 통역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김 목사는 “당시 통역은 나를 세계적으로 부각시켜준 가장 큰 이벤트였다”고 회상했다. 애초 주최 쪽에서 조용기 목사한테도 통역을 제안했으나 김 목사로 최종 결정됐다고 한다. 그는 그 뒤 조 목사와는 ‘실과 바늘’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성직자 첫번째 임무는 영혼구제
몇 차례 정치입문 제의 뿌리쳐 “저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은 보수든 진보든 믿지 않는 이들을 믿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로 뭉치자는 것도 진보로 뭉치자는 것도 아니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직자들이 해야 할 첫째 일은 영혼구제라고 봐요. 사회참여냐 영혼구제냐 하는 것은 마차가 앞서야 하냐, 말이 먼저 앞장서야 하냐와 마찬가지 문제지요.” 그는 “지난 총선에서도 일부 보수교계 인사들이 정당을 만들면서 참여하라고 했지만 ‘40년 간 목회만 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려면 벌써 들어갔을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만남은 지금도 자주 하고 있다. 4·9 총선 무렵,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씨를 초청해 식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거침없이 토로한 것이 기사화가 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인 지난 13일에는 조용기 목사 부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부부, 김 목사 부부가 청와대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이 대통령의 방미 성공을 비는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그는 당시 찍은 사진을 담은 액자 3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요즘 역대 대통령들 화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두환 대통령께 병중에 있는 노태우 대통령한테 꽃이라도 보내라고 했어요. 그 분들 골이 참 깊어요. 김영삼 대통령 하고 김대중 대통령도 그렇고…. 저희 극동방송에서 김영삼-전두환 두 분이 배드민턴 시합 한번 하시라고 농담처럼 이야기도 하죠. 그분들이 화해를 하시면 우리 국민들이 편해지죠. 김영삼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무지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무마시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만사] 김장환 목사 “역대 대통령들 화해하면 국민이 편안합니다” [%%TAGSTORY1%%] “이 대통령한테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도하러 가려는데 괜찮겠느냐’ 했더니 이 대통령이 ‘그러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김우식 전 비서실장한테 부탁해 놨어요.” 그는 “전도도 인간적으로 신뢰가 쌓여야 돼요. 믿음을 가져야 모든 상황 판단이 정확하게 된다고요. 개인관계도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를 방문했더니, ‘목사님이 저를 안 찍은 줄 압니다. 하지만 내가 되고 난 후엔 나를 도와주시니 진짜 민주주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t하더군요.” 김 목사는 이처럼 역대 대통령 대부분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나름대로의 대통령 평을 줄줄이 풀어놨다. “박정희 대통령은 불교에 가까웠고, 재래식으로 조상을 섬기는 유교였지요. 그런데 저더러 그래요. 자기는 선생님이랑 목사님한테는 꼭 ‘님’자를 붙인다고요. 근혜씨와는 10·26 이후 한 번인가 보고 별 인연이 없는데, 근영씨가 얼마 전 우리 교회에 와서 결혼한다고 주례를 부탁합디다.” 전두환 대통령과 아주 가깝게 지낸 걸로 알고 있다며 얘기를 거들었다. “백담사 있을 때 수시로 찾아갔어요. 거기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별 달아준 사람, 장관 시켜준 사람, 공천 준 사람도 안 오는데 김 목사가 찾아줘 정말 고맙다고 하더군요. 노태우 대통령이 측근을 한 번도 안 보내고, 딸(노소영) 결혼식 때 연락도 안 한 걸 특히 섭섭해 합디다. 전 대통령은 지금도 날더러 동생하라고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많았다고 했다. 그가 교회 장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계실 때 조용기 목사하고 저를 힘들 때마다 불러서 기도하곤 했죠. 현철씨 문제가 터졌을 때 조 목사가 현철이를 구속하라고 했어요. 나는 그런 말 못해요. 현철이가 구속되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가서 기도해줬어요. 디제이 아들들 구속됐을 때도…. 엄마들이 고마워했지. 그분들은 여론 때문에 면회도 못 가고 있었으니까요.” 김대중 대통령 얘기는 김 목사가 2001년 여름 쿠바에서 만난 피델 카스트로 의장에 대해 말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나왔다. “미국이 쿠바를 참 많이 압박했잖아요. 독일 캐나다 이런 데서는 다 투자를 하는데, 미국만 그렇게 안 하고 있다며 쿠바에 의약품과 어린이들이 먹을 우유 같은 것 들어오게 해달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도와줬어요. 한국하고 수교도 하고 한국에 오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러고 싶다고 해요. 그후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도 보내고 그렇게 지냈지요. 귀국해 있는데, 김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카스트로가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요. 그래서 수교하시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아직도 안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미국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큰 호감을 표시했다. “저는 하나님이 대통령 시켰다고 봐요. 그 많은 문제들을 안고서 보통 후보들이라면 벌써 무너졌어요. BBK 사건도 완전히 개입도 안 됐다고 보는 건 아니잖아요. 아프가니스탄 사건도 터지고…. 흠 없는 사람은 없는데, 고비고비마다 이렇게 되는 걸 보면 신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저 양반이 나라를 이끌어가면 변화가 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시대 최고 덕목은 ‘진실’
정치인도 종교인도 숨김 없어야 인터뷰를 마칠 때쯤 물었다. “우리 시대 제일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실이지요. 신호등 지키는 것도 진실입니다. 새벽기도 갈 때마다 빨간 불 다섯 개 안 지키고 왔다, 이런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왜냐면 지키는 차가 하나도 없어요.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힐끔힐끔 서로 쳐다보면서…. 정치인이고 종교인이고 가정이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실이지요. 진실하면 문제가 금방 해결될 텐데, 숨기다 보니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나오는 거죠.” 글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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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정치입문 제의 뿌리쳐 “저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은 보수든 진보든 믿지 않는 이들을 믿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수로 뭉치자는 것도 진보로 뭉치자는 것도 아니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직자들이 해야 할 첫째 일은 영혼구제라고 봐요. 사회참여냐 영혼구제냐 하는 것은 마차가 앞서야 하냐, 말이 먼저 앞장서야 하냐와 마찬가지 문제지요.” 그는 “지난 총선에서도 일부 보수교계 인사들이 정당을 만들면서 참여하라고 했지만 ‘40년 간 목회만 한 사람이 정치권에 들어가려면 벌써 들어갔을 것’이라며 거절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만남은 지금도 자주 하고 있다. 4·9 총선 무렵,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종필씨를 초청해 식사를 함께 했다. 그 자리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한 감정을 거침없이 토로한 것이 기사화가 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직전인 지난 13일에는 조용기 목사 부부,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부부, 김 목사 부부가 청와대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이 대통령의 방미 성공을 비는 예배를 드렸다고 했다. 그는 당시 찍은 사진을 담은 액자 3개를 꺼내 보여주었다. “요즘 역대 대통령들 화해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전두환 대통령께 병중에 있는 노태우 대통령한테 꽃이라도 보내라고 했어요. 그 분들 골이 참 깊어요. 김영삼 대통령 하고 김대중 대통령도 그렇고…. 저희 극동방송에서 김영삼-전두환 두 분이 배드민턴 시합 한번 하시라고 농담처럼 이야기도 하죠. 그분들이 화해를 하시면 우리 국민들이 편해지죠. 김영삼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무지 서운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걸 무마시키려고 노력 중이에요.” [한만사] 김장환 목사 “역대 대통령들 화해하면 국민이 편안합니다” [%%TAGSTORY1%%] “이 대통령한테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도하러 가려는데 괜찮겠느냐’ 했더니 이 대통령이 ‘그러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김우식 전 비서실장한테 부탁해 놨어요.” 그는 “전도도 인간적으로 신뢰가 쌓여야 돼요. 믿음을 가져야 모든 상황 판단이 정확하게 된다고요. 개인관계도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를 방문했더니, ‘목사님이 저를 안 찍은 줄 압니다. 하지만 내가 되고 난 후엔 나를 도와주시니 진짜 민주주의 원리를 아는 사람’이라고 t하더군요.” 김 목사는 이처럼 역대 대통령 대부분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탓인지 나름대로의 대통령 평을 줄줄이 풀어놨다. “박정희 대통령은 불교에 가까웠고, 재래식으로 조상을 섬기는 유교였지요. 그런데 저더러 그래요. 자기는 선생님이랑 목사님한테는 꼭 ‘님’자를 붙인다고요. 근혜씨와는 10·26 이후 한 번인가 보고 별 인연이 없는데, 근영씨가 얼마 전 우리 교회에 와서 결혼한다고 주례를 부탁합디다.” 전두환 대통령과 아주 가깝게 지낸 걸로 알고 있다며 얘기를 거들었다. “백담사 있을 때 수시로 찾아갔어요. 거기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별 달아준 사람, 장관 시켜준 사람, 공천 준 사람도 안 오는데 김 목사가 찾아줘 정말 고맙다고 하더군요. 노태우 대통령이 측근을 한 번도 안 보내고, 딸(노소영) 결혼식 때 연락도 안 한 걸 특히 섭섭해 합디다. 전 대통령은 지금도 날더러 동생하라고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쉬움도 많았다고 했다. 그가 교회 장로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계실 때 조용기 목사하고 저를 힘들 때마다 불러서 기도하곤 했죠. 현철씨 문제가 터졌을 때 조 목사가 현철이를 구속하라고 했어요. 나는 그런 말 못해요. 현철이가 구속되고 일주일이 멀다하고 가서 기도해줬어요. 디제이 아들들 구속됐을 때도…. 엄마들이 고마워했지. 그분들은 여론 때문에 면회도 못 가고 있었으니까요.” 김대중 대통령 얘기는 김 목사가 2001년 여름 쿠바에서 만난 피델 카스트로 의장에 대해 말하는 중에 자연스럽게 나왔다. “미국이 쿠바를 참 많이 압박했잖아요. 독일 캐나다 이런 데서는 다 투자를 하는데, 미국만 그렇게 안 하고 있다며 쿠바에 의약품과 어린이들이 먹을 우유 같은 것 들어오게 해달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도와줬어요. 한국하고 수교도 하고 한국에 오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러고 싶다고 해요. 그후 나한테 크리스마스 카드도 보내고 그렇게 지냈지요. 귀국해 있는데, 김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카스트로가 무슨 얘기 했냐고 물어요. 그래서 수교하시면 좋겠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아직도 안 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미국 눈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는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큰 호감을 표시했다. “저는 하나님이 대통령 시켰다고 봐요. 그 많은 문제들을 안고서 보통 후보들이라면 벌써 무너졌어요. BBK 사건도 완전히 개입도 안 됐다고 보는 건 아니잖아요. 아프가니스탄 사건도 터지고…. 흠 없는 사람은 없는데, 고비고비마다 이렇게 되는 걸 보면 신의 힘이 있는 것 같다, 저 양반이 나라를 이끌어가면 변화가 좀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시대 최고 덕목은 ‘진실’
정치인도 종교인도 숨김 없어야 인터뷰를 마칠 때쯤 물었다. “우리 시대 제일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진실이지요. 신호등 지키는 것도 진실입니다. 새벽기도 갈 때마다 빨간 불 다섯 개 안 지키고 왔다, 이런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왜냐면 지키는 차가 하나도 없어요.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힐끔힐끔 서로 쳐다보면서…. 정치인이고 종교인이고 가정이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진실이지요. 진실하면 문제가 금방 해결될 텐데, 숨기다 보니까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나오는 거죠.” 글 이상기 선임기자 amig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상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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