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가 미국 회계법인에 맡겨 정리한 비비케이 사건 관련 회사들의 입출금 내역. 23일 공개된 ‘주식구매 계약서’ 내용대로 2001년 2월27일과 28일에 나눠 에이엠파파스에서 엘케이이뱅크 외환은행 계좌로 각각 634만달러와 169만달러 등 모두 803만달러가 송금된 것으로 나온다.
비비케이의 대여 및 차입금 현황 자료. 2000년 2월18일에서 25일 사이에 엘케이이뱅크와 수입억원대의 돈거래가 진행된 것으로 나온다.
김경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23일 검찰에 원본을 제출한 이른바 ‘이면계약서’ 네 가지의 진본 여부를 둘러싸고 김씨 쪽과 한나라당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가 그동안 취재해 온 내용을 토대로 이 진위 공방에 대한 검증을 시도해 봤다. 영문판 계약서 세 가지는 그 내용을 확인해주는 계좌 흐름이 나타나 있는 반면, 한글판 계약서는 계약 내용대로 이행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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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문판 계약서 3건=세 가지 영문판 계약서는 실제 계약이 이행됐음을 뒷받침하는 계좌 흐름이 뚜렷하다. 한나라당도 영문판 계약서에 대해선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이명박 후보의 로마자 서명에 대해서도 위조 주장을 펴지 않았다. 영문판 계약서는 한나라당도 대체로 진본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계좌 흐름을 살펴봐도 영문판 계약서는 그대로 이행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주식구매 계약서’에 나오는 엘케이이뱅크와 에이엠파파스(A.M. Pappas)의 100억원대 주식거래는 계좌의 흐름이 분명하다. 계약서 작성 6일 뒤인 2001년 2월27일과 28일 에이엠파파스에서 엘케이이뱅크의 외환은행 계좌로 송금되는 803만달러가 바로 이 거래의 대금이었다. 이 계약서엔 주식거래의 목적이 이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실제 그대로 이행됐다.
엘케이이뱅크의 돈 100억원이 이뱅크증권중개(EBK)로 흘러가는 계약을 담은 ‘주식매각 계약서’도 그대로 이행됐다. 계약서엔 이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을 100억원으로 증자한 뒤 이 후보(또는 그 지명인)가 주식 106만주를 갖는 것으로 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이 회사의 지분은 △이 후보 70만주(35억원) △이 후보의 큰형 이상은씨 18만주(9억원), 처남 김재정씨 18만주(9억원)였다.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정확히 106만주다.
‘주식청약 계약서’는 이뱅크증권중개가 영업을 시작한 뒤 3년째 되는 날(계약서엔 2004년 2월) 효력을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이뱅크증권중개는 도중에 회사가 청산돼 이 계약은 실제 이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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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판 이면계약서=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000년 2월21일 ‘LKeBank 대표이사 김경준’에게 50억원을 주고 비비케이(BBK) 주식 61만주를 매도했다는 게 계약서의 내용이다. 하지만 이 계약서에 따라 실제 거래가 이행됐다는 증거는 아직 제시된 게 없다. ㈜다스가 미국 회계법인에 맡겨 이 사건 관련 회사들의 입출금 내역을 정리해 놓은 회계자료에는 유독 2000년 1월, 2월 자료가 빠진 채 3월31일부터 기록돼 있어 거래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계약서엔 조세를 각자 부담으로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세금 납부 여부도 역시 확인이 안 된다. 이 계약서가 실제 주식거래를 위한 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소유관계를 표시해 두려는 목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비비케이 내부 회계자료를 보면, 이 계약 전후 비비케이와 엘케이이뱅크 사이에 수십억원대의 돈거래가 있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쪽에서는 2000년 4~6월 세 차례에 걸쳐 다스에서 비비케이로 송금된 50억원과 이 계약서에 나오는 50억원이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글에 익숙지 않아 영문서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경준씨가 왜 이 계약서만 한글로 작성하는 데 합의했는지도 의문이다. 서명이 담긴 영문 계약서와 달리 한글판에만 서명 없이 도장이 찍힌 점도 김씨 쪽의 추가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한겨레> 기자가 에리카 김으로부터 건네받아 확인한 원본 한글판 이면계약서의 용지는 미국에서는 쓰이지 않고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용지였다. 또 용지 색깔이 변색되는 등 작성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났음을 보여줬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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