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김
‘김경준 누나’ 에리카 김 밝혀…김씨 변호인 사임
비비케이(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43·한국명 김미혜)이 20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비비케이(BBK)투자자문과 엘케이이(LKe)뱅크 등의 실질적 소유자라는 것을 밝혀둔 이른바 ‘이면계약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면계약서의 내용과 진위 여부는 비비케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물론, 대선 정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에리카 김은 19일(현지시각)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일 오전 11시반(한국시각 21일 새벽 4시반)에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과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것들을 밝힐 예정”이라며 “뉴스의 초점이 되고 있는 이면계약서도 그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경준씨가 국내 송환 이후 검찰에 제출한 서류가 바로 이 이면계약서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면계약서는 30장이 더 된다”며 “그 계약서는 복잡해 잘 검토를 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의 소유 관계가) 명시적으로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이해하고 둘을 이해해야 그림이 맞춰진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비비케이 등의 실질적 소유주라는 사실이 이면계약서에 명기돼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 속에 나타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김경준씨는 지난 8월 <한겨레 21>의 의뢰를 받은 데이비드 백 변호사와의 인터뷰에서, 주식구매 계약서 표지(제목·Stock Purchase Agreement)와 함께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가 서명한 맨 뒷장을 공개하면서 “이 안에 엘케이이뱅크가 비비케이투자자문과 이뱅크증권중개(EBK)의 홀딩컴퍼니(지주회사)라는 사실이 명시돼 있다. 엠비 리(이명박)가 엘케이이뱅크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으며, 자회사인 비비케이와 이뱅크증권중개의 지분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준씨는 당시에도 “이 이면계약서를 한국 검찰에 가서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고승덕 한나라당클린정치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에서 이면계약서는 존재하지도 않으며,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김경준씨 쪽이 제시하는 계약서는 이면계약서가 아니며, 실제 계약서에는 엘케이이뱅크가 비비케이의 지주회사가 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 “만약 김경준씨가 제시한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면 그것은 당사자 진의와 달라 조작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경준씨를 조사 중인 검찰은 이날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김씨가 제출한 ‘이면계약서’의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변호를 맡았던 박수종 변호사는 이날 “금융조세 사건인 줄 알고 맡았는데,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고 (취재진이 몰리는 등) 도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변호인 사임 의사를 밝히며 “김경준씨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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