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바짝바짝’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기술정보 정책포럼에서 강연하기에 앞서 입술보호제를 바르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검찰, 김경준 제출자료 대검 문서감정실에 감정 의뢰
정확성 시비 차단 국과수·민간기관에도 맡기기로
정확성 시비 차단 국과수·민간기관에도 맡기기로
김경준(41) 전 비비케이(BBK)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이면계약서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주가조작 공모 여부를 가릴 핵심 물증으로 떠오르면서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은 20일 김씨가 제출한 이면계약서를 포함한 관련 자료를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보내 감정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쪽은 이 이면계약서에 ‘엘케이이뱅크가 비비케이, 이뱅크증권중개의 홀딩컴퍼니(지주회사)이고, 이명박 후보가 세 회사의 지분을 100% 가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지난 18일 이 후보의 최측근 김백준(67)씨에게 이 이면계약서를 제시하며 이런 내용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계약서 자체가 위조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면계약서의 위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대검 문서감정실에 감정을 의뢰한 것이다. 검찰은 문서 감정의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민간 감정기관 한두 곳에 추가로 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대검 관계자는 “친필 서명이 들어간 원본은 서명의 진위부터 따진다. 필기구를 종이 위에 누르는 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필압’과 문자 상호간의 크기, 각도 등을 따져 서명의 진위를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 쪽이 ‘이면계약 내용이 담긴 쪽만 바꿔치기된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김씨가 제출한 계약서가 복사복일 경우, 문서 전체에 대한 진위 감정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대검 관계자는 “출력이나 인쇄 형태의 차이가 있다면 계약서의 일부가 위·변조 됐다고 확인할 수 있지만, 인쇄의 차이가 없거나 더구나 사본을 감정해야 할 경우에는 감정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경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은 19일 <미주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찰에 제출한 계약서는 사본이고, 원본은 내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기초과학연구소 관계자도 “10년 안팎의 문서는 종이 재질 분석으로 동일한 시기에 출력되거나 만들어졌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가 검찰에 넘긴 이면계약서에는 ‘2001년 2월21일’에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서명한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면계약서의 진위 감정과 별도로 이면 계약서 작성 과정을 잘 알고 있는 목격자 등 당시 정황에 대한 수사를 위해 당시 김경준씨가 배석했다고 지목한 김아무개(49) 변호사의 행방을 쫓고 있다. 검찰은 엘케이이뱅크의 감사를 지내기도 한 김 변호사를 조사할 경우,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김 변호사 외에도 이면계약서의 실체를 알 만한 비비케이의 주요 간부들을 잇달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케이의 주요 임원이었던 허아무개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면계약서는 나도 보지 못했고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고제규 김지은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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