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영장실질심사 신청 1시간만에 철회
‘발언 기회’ 포기 추측 무성
‘발언 기회’ 포기 추측 무성
김경준 비비케이 전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한 지 1시간여 만에 갑자기 포기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17일 밤 11시40분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으나, 1시간20여분이 지난 18일 오전 1시께 돌연 영장실질심사 철회 신청서를 법원에 냈다.
김씨는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주한 뒤 5년여 동안 도피생활을 했고, 이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큰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는 당연한 것으로 예견됐다.
그럼에도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을 김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한 것을 두고 법정에서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씨가 17일 검찰 조사를 받으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이 후보 관련)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료를) 들고 왔다”고 답한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씨가 갑자기 영장실질심사를 취소한 것은 이 후보 쪽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검찰의 입장과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급적 대선 후보 등록일 전에 이 후보의 연루 여부를 규명하려는 검찰로서는 공연히 이 후보 쪽을 자극해 수사에 지장을 받는 상황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18일 김씨가 실질심사를 왜 포기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검찰 한쪽에서는 김씨의 걸러지지 않은 발언이 이 후보에게 타격을 주는 것을 막으려는 한나라당 쪽의 메시지가 김씨 쪽에 전달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씨가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빨리 진행되도록 적극 협조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비비케이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이 단독 범행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김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속 여부를 다툴 기회를 스스로 버림으로써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재판 과정에서 양형 참작 사유로 인정될 수도 있다.
<한겨레>는 김씨의 실질심사 포기 이유를 확인하고자 김씨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박아무개 변호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박 변호사는 이날 온종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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