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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장실질심사 포기한 김경준의 계산은

등록 2007-11-18 13:07수정 2007-11-18 16:32

검찰 사흘째 조사…`이명박 의혹' 규명에 착수한 듯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올해 대선 정국의 중대변수로 떠오른 김경준씨가 구속영장 청구 1시간이 조금지난 시점인 18일 오전 1시께 돌연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는 피의자가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전담판사에게 직접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불복 절차인 만큼 `실질심사 포기'는 곧 김씨가 구속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영장이 기각된다는 확신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김씨가 강제수사에 불복하는 절차를 아예 버렸다는 것은 스스로 구속 상황까지 염두에 둔 `모종의 계산'을 깔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상 피의자는 자신의 범죄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는 경우에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도 검찰이 이미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만큼 충분히 수사를 해 놓았고 미국 법원도 범죄인 송환 결정 당시 이를 인정하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김씨는 구태여 "검찰이 적용한 내 혐의 사실은 억지"라며 다투지 않고 대체로 혐의를 시인하면서 `수사 협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김씨가 노릴만한 것은 `사법절차에 협조했다'는 감형 사유와 검찰의 신속한 공범 수사.

즉, 발빠르게 혐의를 시인하고 검찰 수사에 협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향후 재판 등에서 양형 참작사유로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적극적인 주장을 펴 이번 사건이 김씨의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하겠다는 것.


만약 검찰의 추가 수사 결과 주가조작 및 횡령 사건 등에서 `주범'과 `종범'의 관계가 바뀌면 김씨에게도 매우 유리한 정상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선 후보 등록 전에 결론이 나야 한다'는 여론으로 인해 검찰이 "신속히 수사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과 맥이 닿는다.

이는 곧 김씨가 향후 조사 과정에서 이 후보 등이 범행에 관여했다거나 심지어 주도했다는 주장을 펼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한다.

이런 추정이 맞다면 김씨가 검찰에 갖고 들어간 `자료'도 자신의 죄책을 벗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후보가 BBK 등의 실소유주'라거나 `공범이 더 있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내용일 수 있다.

김씨가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이날도 계속 조사를 받고 있는 점 등은 검찰이 김씨를 `최종 타깃'으로 여기지 않고 이 후보 관련 의혹에 본격 접근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런 분석과 정반대로 한나라당측은 김씨가 검찰 수사가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알고 `자신의 단독범행'을 어쩔 수 없이 시인해 양형을 줄이자는 단순한 목적에서 실질심사 카드를 버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김씨는 심사를 포기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 사건이 아니라 단순 형사사건으로 처리되도록 해 달라는 뜻을 표시한 셈이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김씨는 LA 구치소에 한 박스 이상의 사건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도 위조된 사실이 들통날까봐 서류 봉투 하나 분량의 적은 자료만 챙겨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당 자료 또한 충분한 반박자료가 있어 이번 사건을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킬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런 논쟁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석도 있다.

김씨가 구속을 감수하려는 것은 영장 기각으로 석방 상태가 됐을 때 오히려 자신의 신병상 안전이 더 위협받는다는 판단 때문일 거라는 관측이다.

어차피 본안 재판에서 징역형이 예상되는데 일시적으로 석방됐다가 신정아씨 케이스처럼 수사기간 내내 취재진에 시달리거나 정치권의 협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실질심사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김씨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떠나 검찰은 이번 실질심사 포기로 수년간 범죄인 인도절차를 진행해 `공들여 데려온' 김씨의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속히 이 후보 연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건은 쟁점이 복잡하고 사안별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많은 데다 수사의 성패는 김씨의 `일방적 주장'이 아닌 `확실한 증거'에 따라 갈리는 만큼 검찰이 어떤 결론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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