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아진 해가 수평선을 넘어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인 13일 오후,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 한 귀퉁이에서 잠자리 한 마리가 이생과 이별하는 것이 서러운 듯 습지식물 줄기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가을의 창공을 누비던 날개는 그동안의 고투를 상징하듯 여기저기 찢겨 있다. 한반도의 대표적 습지이자 겨울철새들의 안식처인 이곳 주남저수지는 요즘 들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 10월 창원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총회’를 앞두고 환경과 생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주남저수지를 많이 찾아오고 있다. 저수지 주변 풀밭에 하얀 서리가 내리고 찬바람이 불자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가창오리 떼가 날아오르며 생명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 한편에서, 잠자리는 물속에 알을 낳고 조용히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창원/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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