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의 LKe뱅크 투자 흐름
정봉주 의원 “BBK감사·부장도 동석”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가장 가까운 측근으로 꼽히는 김백준씨가 지난 2000년 엘케이이(LKe)뱅크의 하나은행 투자유치 설명회에 2차례 모두 참석했다고 정봉주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의원이 30일 밝혔다.
정봉주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의 최측근인 김백준씨가 엘케이이뱅크 사무실에서 진행된 1차 설명회(2000.5.3)와 하나은행에서 열린 2차 설명회(2000.5.15)에 모두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설명회에 참석한 하나은행과 엘케이이뱅크 관계자 명단을 공개했다. 하나은행 쪽은 1차, 2차 설명회에 각각 2명씩 참석했으며, 엘케이이뱅크 쪽에서는 김백준 부회장과 김경준 사장, 오영석 비비케이 감사, 허민회 부장이 참석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하나은행이 김경준씨 말만 듣고 “비비케이는 엘케이이뱅크의 자회사”로 표기된 품의서를 만들었다는 이 후보 쪽 주장과 다른 것이다. 또 품의서 내용이 당시 엘케이이뱅크 대표였던 이명박 후보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후보 쪽은 그동안 비비케이는 엘케이이뱅크의 자회사가 아니며, 따라서 주가조작을 일으킨 비비케이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엘케이이뱅크에 5억원을 투자한 하나은행의 내부 품의서에는 ‘엘케이이뱅크 자회사인 비비케이’의 수익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나온다.
이 품의서에 대해 한나라당은 김경준씨의 일방적 설명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하나은행도 이를 뒷받침하는 해명을 했다. 하지만 이 품의서 작성의 기반이 됐던 2차례의 투자설명회에 이 후보 측근인 김백준씨가 모두 참석했다면 한나라당과 하나은행이 주장했던 근거가 상당 부분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자료를 공개한 정봉주 의원은 “하나은행이 스스로 신인도를 떨어뜨리며 이명박 후보를 감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형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김백준씨가 설명회에 두 차례 모두 참석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 쪽 은진수 변호사도 “하나은행이 정확히 모르고 품의서를 작성했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느냐”며 “하나은행은 비비케이가 아니라 엘케이이뱅크에 투자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