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마다 수사결과 촉각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등록에 노무현 대통령 명의가 도용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30일 노 대통령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아무개(19)씨 등 대학생 3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또 이들을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40대 여성의 신원을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정오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하조대해수욕장 인근 모텔에 함께 숨어 있던 서울의 사립 ㅅ대 1학년생 장씨와 장씨의 친구 박아무개(19·ㅎ전문대)씨, 박씨의 여자친구 이아무개(18·ㅎ전문대)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들이 모두 대학 1학년생들이고, 통합신당 선거인단 등록과도 관련이 없는 점에 비춰, 누군가 이들에게 당원 명부를 넘기며 선거인단에 등록하도록 지시 또는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들이 노 대통령의 명의를 도용한 서울 종로구 숭인동 한 피시방의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40대 여성의 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여성이 어떤 정당 어느 캠프에 관련이 있는지 확인되면, 노 대통령 명의 도용의 배후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신당은 지난 9월18일 노 대통령이 선거인단에 등록된 것과 관련해 ‘명의가 도용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피시방에서 장씨 등이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중간에 게임을 하면서 사용한 아이디를 추적해 신원을 밝혀냈다.
경찰은 이 피시방에 있는 5대의 컴퓨터에서 비슷한 시간에 통합신당 선거인단 등록 사이트에 접속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이들이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무더기로 도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신당의 각 후보 캠프는 경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조사를 통해 특정 후보 캠프가 배후로 확인되면, 그 후보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선이 진행되면서 동원경선 논란에 따른 후보들 간 감정대립도 깊어지고 있는 터라, 대통령 명의 도용이 특정 캠프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진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후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선 경선의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뤄지면서 경선이 자칫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순혁 김태규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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