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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겨레야~ 젊은 세대를 끌어안아라”

등록 2007-05-14 14:17수정 2007-05-14 15:36

올해 19살로 <한겨레>와 동갑인 김은주(왼쪽부터)·이은영·소준환·심재환씨가 지난 3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잔디밭에 앉아 <한겨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올해 19살로 <한겨레>와 동갑인 김은주(왼쪽부터)·이은영·소준환·심재환씨가 지난 3일 저녁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잔디밭에 앉아 <한겨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살 새내기들 ‘한겨레’를 말하다
88년생. <한겨레>와 올해 대학 새내기의 공통점이다.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은 대학 새내기 네 명이 모여앉아 ‘만만한’ 동갑내기 신문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들은 정작 “한겨레가 1988년에 생긴 줄 몰랐다”면서도 참신한 분석과 함께 뼈아픈 비판을 날렸다.

한겨레와 첫 만남

김은주=고등학교 때 논술을 준비하면서 신문을 읽었어요. 집에서 <중앙일보>를 보고 있었는데, 재작년 엑스파일 사건 때 중앙일보가 제대로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부모님 몰래 제 돈을 내고 한겨레를 구독했어요. 집에 신문이 배달되면 아침에 일찍 들고 나와 학교에서 읽었죠.

부모님 몰래 구독했어요, 보수신문과 달라 논술에 도움


이은영=저는 한겨레를 구독한 적은 없어요. 집에서도 다른 신문을 보고 있고요. 친한 친구가 한겨레를 구독해서 놀러갈 때마다 신문을 봐요. 볼 때마다 ‘신문의 색채가 없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소준환=저는 한겨레를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구독했어요. 학교에서 독서 평가를 했는데 그때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홍세화 선생님의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이었어요. 독서 평가를 하느라 읽었지만 점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뭐하는 분인가 봤더니 한겨레 기획위원이라고 되어있더군요. 그래서 그때부터 구독을 시작했죠. 지금은 <한겨레21>만 보고 있어요.

심재환=집에서는 <조선일보>를 읽었어요. 한겨레는 고등학교 다니면서 논술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읽었어요. 보수 신문과 다른 견해를 가진 신문이라고 해서 찬반 토론을 위한 논리력을 키워준다고 해서요. 대학 와서는 학교 신문사에 다니고 있는데, 여기서 다른 신문들과 함께 읽고 있어요.

한겨레를 씹자!

심=한겨레 하면 좌파신문이라는 이미지가 세잖아요. 그걸 한겨레가 내세우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비판이 지나치게 거센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조선일보나 중앙일보가 구체적인 해결책 없이 옹호만 한 것처럼, 한겨레는 대책 없이 비판만 한 것 같아요. 그래도 보수적인 신문들은 때로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냈는데, 그 부분에서 한겨레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조선일보나 다른 보수신문들이 한나라당이나 기득권을 편든다면, 한겨레는 그 반대편에 있는 낮은 사람들의 편에서 글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모호한 것 같아요. 어떤 때 보면 기득권 쪽도 아니고 반대도 아니고 그 사이에서 대안 없는 중립을 지킬 때가 있어요.

소=조선일보는 한나라당, 중앙일보는 삼성, <동아일보>는 재벌. 이런 식으로 어느 쪽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겨레는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한겨레는 민노당’라든지, 이런 식으로 어느 쪽인지 명확히 했으면 좋겠어요.

현실적 해결방안 부족한듯…소수자 입장 생각해서 좋아

김=한겨레는 다른 보수신문들과 다른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는데, 종종 그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예를 들어 버지니아 총기 사건을 보면서 그것을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연결시키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런 내용을 보면 신문의 강박이 느껴져요. 또 오늘 이 자리에 온다고 과 친구, 선배들에게 물어봤는데, 많이들 하는 얘기가 한겨레가 문화·예술 분야의 내용이 부족하대요.

한겨레의 장점

심=한자가 하나도 없다는 점!(일동 모두 맞장구 치며 웃음) 순수 한글이니까, 쫙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는 다 알고 있다는 게 좋죠.

이=전공 때문에 스포츠면을 많이 읽는데, 골키퍼를 문지기라고 쓰는 것을 보고 신선하고 좋다고 생각했어요. 참 한겨레답다고 생각했죠. 또 주요 신문만 보면 현상을 바라보는 생각이 하나 혹은 둘 정도로만 고정이 되는데, 한겨레를 읽으면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아요.

김=세상에는 항상 다수와 소수가 있는데, 한겨레는 소수의 처지에서 생각해서 좋아요. 저희 집이 제주도인데,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감귤 농민들이 시위를 하면 다른 신문들은 관광객의 불편함만 얘기를 하죠. 그런데 한겨레는 제주도민의 처지를 반영해줘서 좋았죠. 또 인문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한겨레의 북 섹션이 조금 더 진지하게 인문학 관련 서적을 많이 소개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도 한겨레는 알기 쉽게 설명해요. 다른 신문들은 고속철도(케이티엑스) 여승무원 얘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한겨레는 사례까지 들어가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줘서 ‘정말 다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소=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우경화됐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한겨레가 진보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한겨레야, 이미지랑 친해져라”

이=솔직히 대학생 가운데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할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될지 궁금해요. 주변에는 거의 없거든요.(일동 동의) 저도 바쁘다 보면 며칠에 한번 신문을 보게 되죠. 한겨레가 젊은층과 친해지려면 인터넷을 좀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요. 인터넷에서는 한겨레 기사를 볼 확률이 적어요. 오히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가 친숙하죠. 한겨레가 인터넷과 친한 매체는 아닌 것 같아요.

가볍지 않으면서 인터넷과 친해져야…이미지-텍스트 접목 생각했으면

심=저는 약간 생각이 달라요. 인터넷에 뜨는 기사들은 지나치게 가벼워요. 한겨레가 조선일보처럼 강력한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잖아요. 그런데 한겨레마저 인터넷 형식에 기사를 맞추다보면 내용만 가벼워지고,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면에서 젊은 세대의 구미에 맞게 사진도 크게 쓰고, 편집도 예쁘게 했으면 좋겠어요.

소=인문사회학의 위기라고 하는데, 젊은 세대는 인문사회학에서 쓰는 것 같은 딱딱한 글에는 익숙하지 않아요. 우리 세대는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익숙한 세대잖아요. 굳이 텍스트를 쓴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고, 색달라야 해요. 막연하지만 이미지와 텍스트를 접목하는 방식도 생각해 봤으면 해요.

김=한겨레가 가벼운 문제는 정치적인 강박이 없이 그대로 가볍게 접근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내용도 많이 소화했으면 해요.


토론 참가자

김은주=‘고시를 공부할지, 철학을 공부할지 고민 중’인 서울대 인문학부 1학년생
소준환=‘과의 모토가 민중복지라서 마음에 든다’는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1학년생
심재환=‘졸업한 뒤 기자가 되고 싶어 학교 학보사에서 일한다’는 한양대 경영대 1학년생
이은영=‘동성애자인 선배들을 보면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약간은 무섭다’는 이화여대 체육과학과 1학년생

정리/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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