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오디션>
[19돌 창간특집] 봄날 이어갈 기대작 3편
올해초부터 슬슬 부는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의 인기 바람을 이어갈 작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내년까지 나올 창작 장편 가운데 기대작 3편을 골랐다.
천계영 원작…천재음악가 4명의
불꽃튀는 가수 입성기 <오디션>= 천계영의 인기 만화 <오디션>을 원작으로 민경조 감독이 연출한다. 황보래용, 류미끼, 장달봉, 국철 등 네명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는데 세상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 끼를 알아본 송송그룹 회장은 숨지기 전 딸에게 이들을 찾아 오디션을 보게 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송 회장 딸의 도움으로 네명은 ‘재활용 밴드’를 결성해 오디션 결승까지 진출한다. 그림체는 원작을 살렸다. 원작 만화에선 이들이 다른 팀과 경쟁을 벌이는 무대를 8차례 불꽃 튀게 묘사했다. 애니메이션에선 4차례로 압축해 보여준다. <오디션>에서 음악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제작진은 ‘닥터코어 911’ 등이 부르고 연주하는 삽입곡 13곡을 앨범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괴짜들이 뭉쳐 멋진 성취를 이뤄가는 원작만화에 민경조 감독이 매료돼 기획을 시작한 건 6년 전이다. 그는 “그때까지 순정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사례가 없었고 뮤직드라마라는 점에도 끌렸다”고 말했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작 과정은 엎어질듯 말듯 아슬아슬 했지만 작품은 현재 90% 이상 완성된 상태다. 올해 8월~9월초를 개봉 목표로 잡고 있다. ‘꿈꾸는 일은 소중한 거야’ 1970년대 향수 자극
<소중한 날의 꿈>=1970년대 후반, 여고생 이랑은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날 그에게 특별한 친구들이 나타난다. 우주비행사가 되는 게 꿈인 철수는 자신에게 재미를 주는 일을 찾아하는 사람이다. 수민이는 남의 시선엔 신경을 쓰지 않는다.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자기만 만족한다면 상관 없다. 그들과 만나면서 이랑은 1등이 되고 거창한 일을 하는 것만이 열심히 사는 방법이 아니란 걸 서서히 알게 된다.
안재훈 한해진 감독의 작품이다. 1970년대 분위기를 내려고 위해 타자기, 동력비행기 등 옛 물건들의 모습을 꼼꼼히 되살렸다. 온나라를 돌아다니며 일본풍이 아닌 오래된 건물을 찾아 사진을 찍었다. 안재훈 감독은 “성인들은 애니메이션이 아이들 용으로 생각하는데 옛 음악이나 교복 등을 보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감독이 이 작품을 기획한 건 2003년이다. 제작 기간이 길어진 까닭은 제작비 조달을 두 감독이 속한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에서 지금까지는 거의 충당해 왔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서 게임, 텔레비전 시리즈물 등을 작업해 번 돈을 스튜디오 구성원 12명이 동의해 이 작품에 투자하는 식이었다. 안재훈 감독은 “꿈 꾸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담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첫 우주인이 우주로 날아오를 내년 4월이 개봉 목표다.
버림받은 딸, 배신감 극복하는 정서적 여정 그려
<바리공주>= <오세암>으로 2003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탄 성백엽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는 바리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불라국 왕은 계속 딸만 낳자 마지막 공주를 버린다. 그 아이를 숲 속에 사는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키운다. 그런데 친 부모가 병에 들고 나으려면 버린 딸이 불사약을 가져와 먹여야 한다는 계시를 받는다. 갑자기 지옥을 지나 약을 구해오라니, 바리 공주는 황당하지만 오기가 생겨 약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성 감독은 “무속적인 부분은 덜어내고 아이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바리 공주가 배신감을 극복하는 정서적 여정을 그렸다. 우정과 지옥 안에서 겪는 모험이 어우러진다. 프랑스, 중국과 합작할 예정이며 내년 겨울쯤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방송 애니메이션도 전성시대
‘뽀로로’ 47개국 전파 타고 2000억원 벌어들여
로봇 무협물 ‘아이언 키드’ 국내인기 업고 미국으로
방송용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쪽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청에서 창작 쪽으로 체질을 바꾼 방송용 애니메이션의 수출이나 해외 합작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그린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방송 콘텐츠 시장 ‘밉티브이’ 등에 컨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참여한 업체가 따낸 수출계약 액수는 2005년 1304만달러에서 올해는 2072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 주자는 2003년 교육방송에서 처음으로 내보낸 <뽀롱뽀롱뽀로로>다. 이제는 47개 나라 3~8살 아이들이 뽀로로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빠져있다. 제작사는 캐릭터 상품 등 부가가치를 포함해 <…뽀로로>로 2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뽀로로>의 공동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오콘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최근 골드만삭스와 국내 호서벤처투자로부터 120억원을 투자 받았다. <…뽀로로>의 인기를 3D입체 애니메이션 <아이언 키드>가 이어갈 듯하다. <아이언 키드>는 오는 9월부터 <키드워너> 채널을 타고 미국 전역에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 오전 방영될 예정이다. 이는 2001년 <큐빅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아이언 키드>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작품이다. 유럽 쪽에서 스페인의 ‘비알비인터네셔널’이, 미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소개해온 망가엔터테인먼트가 투자했다. 제작사인 ‘디자인 스톰’의 손정숙 사장은 “문화적 거부감이 없는 세계적 컨텐츠를 만들고 투자도 원활하게 받으려면 해외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세계 시장에 이물감 없이 받아들여지면서도 독특함을 내세울 수 있도록 ‘로봇 무협물’을 개발했다. 줄거리는 익숙한 무협물의 공식을 따른다. 무공으로 유명한 이온 집안의 아들 마티가 수련을 거듭해 힘을 기른 뒤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악의 대장군과 맞서 싸운다. 일종의 장갑인 철권을 손에 끼면 주인공 마티는 로봇처럼 바뀐다. 그의 동작은 무협영화 속 인물들을 닮았다. 손정숙 사장은 “미국, 홍콩, 일본의 작품들을 보고 소화한 한국의 작가들은 세계 시장에 어울리는 기획을 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용 창작 애니메이션을 위해 제도도 개선됐다. 2005년 7월부터 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가 실시돼 지상파 방송사는 전체 방송 시간의 1%를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에 할애해야 한다. 배영철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팀장은 “제작사 처지에선 해마다 30편 이상을 꾸준히 소비하는 창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불꽃튀는 가수 입성기 <오디션>= 천계영의 인기 만화 <오디션>을 원작으로 민경조 감독이 연출한다. 황보래용, 류미끼, 장달봉, 국철 등 네명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는데 세상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 끼를 알아본 송송그룹 회장은 숨지기 전 딸에게 이들을 찾아 오디션을 보게 하라는 유언을 남긴다. 송 회장 딸의 도움으로 네명은 ‘재활용 밴드’를 결성해 오디션 결승까지 진출한다. 그림체는 원작을 살렸다. 원작 만화에선 이들이 다른 팀과 경쟁을 벌이는 무대를 8차례 불꽃 튀게 묘사했다. 애니메이션에선 4차례로 압축해 보여준다. <오디션>에서 음악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제작진은 ‘닥터코어 911’ 등이 부르고 연주하는 삽입곡 13곡을 앨범으로 묶어낼 예정이다. 괴짜들이 뭉쳐 멋진 성취를 이뤄가는 원작만화에 민경조 감독이 매료돼 기획을 시작한 건 6년 전이다. 그는 “그때까지 순정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사례가 없었고 뮤직드라마라는 점에도 끌렸다”고 말했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제작 과정은 엎어질듯 말듯 아슬아슬 했지만 작품은 현재 90% 이상 완성된 상태다. 올해 8월~9월초를 개봉 목표로 잡고 있다. ‘꿈꾸는 일은 소중한 거야’ 1970년대 향수 자극
만화영화 <소중한 날의 꿈>
버림받은 딸, 배신감 극복하는 정서적 여정 그려
만화영화 <바리공주>
<바리공주>= <오세암>으로 2003년 안시 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대상을 탄 성백엽 감독의 작품이다. 줄거리는 바리설화를 바탕으로 삼았다. 불라국 왕은 계속 딸만 낳자 마지막 공주를 버린다. 그 아이를 숲 속에 사는 할아버지가 정성스럽게 키운다. 그런데 친 부모가 병에 들고 나으려면 버린 딸이 불사약을 가져와 먹여야 한다는 계시를 받는다. 갑자기 지옥을 지나 약을 구해오라니, 바리 공주는 황당하지만 오기가 생겨 약을 찾아 떠나기로 한다. 성 감독은 “무속적인 부분은 덜어내고 아이의 성장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바리 공주가 배신감을 극복하는 정서적 여정을 그렸다. 우정과 지옥 안에서 겪는 모험이 어우러진다. 프랑스, 중국과 합작할 예정이며 내년 겨울쯤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방송 애니메이션도 전성시대
‘뽀로로’ 47개국 전파 타고 2000억원 벌어들여
로봇 무협물 ‘아이언 키드’ 국내인기 업고 미국으로
방송 만화 <뽀로로>
방송용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쪽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하청에서 창작 쪽으로 체질을 바꾼 방송용 애니메이션의 수출이나 해외 합작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그린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방송 콘텐츠 시장 ‘밉티브이’ 등에 컨텐츠진흥원 주관으로 참여한 업체가 따낸 수출계약 액수는 2005년 1304만달러에서 올해는 2072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대표 주자는 2003년 교육방송에서 처음으로 내보낸 <뽀롱뽀롱뽀로로>다. 이제는 47개 나라 3~8살 아이들이 뽀로로와 친구들의 이야기에 빠져있다. 제작사는 캐릭터 상품 등 부가가치를 포함해 <…뽀로로>로 2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뽀로로>의 공동제작사 가운데 하나인 ㈜오콘은 이 작품의 성공으로 최근 골드만삭스와 국내 호서벤처투자로부터 120억원을 투자 받았다. <…뽀로로>의 인기를 3D입체 애니메이션 <아이언 키드>가 이어갈 듯하다. <아이언 키드>는 오는 9월부터 <키드워너> 채널을 타고 미국 전역에 황금 시간대인 토요일 오전 방영될 예정이다. 이는 2001년 <큐빅스>에 이어 두 번째다. <아이언 키드>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어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작품이다. 유럽 쪽에서 스페인의 ‘비알비인터네셔널’이, 미국에선 일본 애니메이션을 주로 소개해온 망가엔터테인먼트가 투자했다. 제작사인 ‘디자인 스톰’의 손정숙 사장은 “문화적 거부감이 없는 세계적 컨텐츠를 만들고 투자도 원활하게 받으려면 해외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세계 시장에 이물감 없이 받아들여지면서도 독특함을 내세울 수 있도록 ‘로봇 무협물’을 개발했다. 줄거리는 익숙한 무협물의 공식을 따른다. 무공으로 유명한 이온 집안의 아들 마티가 수련을 거듭해 힘을 기른 뒤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악의 대장군과 맞서 싸운다. 일종의 장갑인 철권을 손에 끼면 주인공 마티는 로봇처럼 바뀐다. 그의 동작은 무협영화 속 인물들을 닮았다. 손정숙 사장은 “미국, 홍콩, 일본의 작품들을 보고 소화한 한국의 작가들은 세계 시장에 어울리는 기획을 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용 창작 애니메이션을 위해 제도도 개선됐다. 2005년 7월부터 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가 실시돼 지상파 방송사는 전체 방송 시간의 1%를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에 할애해야 한다. 배영철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 팀장은 “제작사 처지에선 해마다 30편 이상을 꾸준히 소비하는 창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소민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