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씨 몸통지목 반발 윗선 실체 못밝혀
청와대 개입 의혹도 ‘다문 입’ 끝내 못열어
청와대 개입 의혹도 ‘다문 입’ 끝내 못열어
풀리지 않는 의혹 검찰이 7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했다”는 내용의 론스타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대형 은행의 매각을 정부부처의 국장이 혼자서 주도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기 때문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각종 보고서와 이메일 등 모든 압수물을 분석했지만, 변 전 국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윗선으로부터 외압이나 지시 등을 받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만약 “헐값에 팔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경제 관료나 외환은행 임직원들 사이에서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조금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채 기획관은 “정권 교체기인데다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당시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은 사무실에 거의 나온 적이 없었다”며 “지금 시점에서 보면 ‘당시 일을 왜 그렇게 처리했을까?’ 싶을 정도로 장관 등에게 보고된 내용 자체가 상당히 추상적이고 짧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03년 7월 열린 이른바 ‘10인 비밀회의’도 변 전 국장 등이 “외환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다른 기관들에 설명하기 위한 ‘모양새 갖추기’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03년에는 ‘경제위기론’이 불거질 때여서 거대 은행의 매각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선에서 결정했다는 판단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변 전 국장도 최근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검찰이 자신을 헐값 매각의 ‘몸통’으로 지목하자, “우리나라 행정 시스템을 뭘로 보느냐”고 반발한 바 있다. 결코 혼자서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개입 의혹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조정비서관이던 신아무개씨는 검찰에서 “권오규 정책수석실 앞에 있던 이강원씨를 만나 내 사무실로 안내해 차를 대접하고 있었는데, 이씨가 정책수석실에서 찾는 전화를 받고 내 방에서 나간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행장도 검찰에서 “2003년 5월 청와대를 찾아가 권 수석에게 외환은행 매각 상황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청와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내용을 보고 받았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전 행장은 나중에 이 진술을 번복했고, 권 전 수석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해 더이상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와 관련해 수사팀이 배후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잡고서도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