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로비 흐름도(검찰 주장)
검찰 “론스타 로비…BIS비율 낮추는데 적극개입”
“변씨, 10억달러선에서 협상” 지시 정황도 확보
“변씨, 10억달러선에서 협상” 지시 정황도 확보
하종선(51·구속) 변호사가 2003년 론스타로부터 받은 자문료가, 변양호(52)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게 외환은행 인수 자격 문제 해결을 청탁한 대가였다는 하씨의 진술이 나옴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을 둘러싼 로비 의혹이 규명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환은행은 당시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아, 론스타가 어떻게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얻었는지는 헐값 매각 의혹의 핵심 사항이었다.
검찰, “변씨가 주범”=검찰은 변씨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주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씨의 청탁을 받은 변씨가 은행법 시행령 예외승인 조항으로 론스타가 인수 자격을 얻도록 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잡도록 하는 데 적극 개입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은 실제로 변씨가 설정한 테두리 안에서 움직였다”며 “론스타 쪽의 로비가 변씨에게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2년 11월 이 전 은행장이 변씨에게 론스타와의 접촉 사실을 보고할 때 변씨가 “10억달러 선에서 매각 협상을 진행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론스타 쪽은 재정자문사였던 살로먼스미스바니의 김아무개(52) 대표를 통해 변씨에게 “10억달러에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변씨와 고교 동문인 김씨는 지난 감사원 조사에서 “처음에는 변씨가 ‘론스타는 사모펀드라서 인수 자격이 없다’고 했다가 2003년 초부터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씨 역시 변씨와 고교 동문이고, 미국으로 도피한 스티븐 리(37) 론스타 코리아 전 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론스타가 변씨와 고교 및 대학 동문으로 연결된 인맥을 외환은행 인수 로비에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변씨는 2003년 7월 사무관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수 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비아이에스 비율을) 낮출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묻기도 한 것으로 감사원 조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변씨는 또 2003년 9월 금융감독위원회에 예외 승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변씨 영장 발부될까?=채동욱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변씨의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 대폭 보완했고, 증거 인멸 부분에 대한 증거도 찾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하씨가 론스타 쪽에서 받은 돈에 대해 처음에는 “경영컨설팅 및 자문료”라고 했다가, 구속된 이후 “변씨에게 청탁한 뒤 그 대가로 받은 돈”이라고 진술을 바꿨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변씨가 하씨에게 입단속을 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변씨의 첫 사전 구속영장에 대해 “현대차그룹 채무탕감 로비 사건으로 구속된 변씨를 검찰이 여러 차례 조사했다”며 구속수사할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어, 실제 발부될지는 확실치 않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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