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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오키나와 미군 재배치로 또 희생”

등록 2006-11-24 19:11수정 2006-11-26 11:41

제2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줄리안 아구온 괌 인권운동가 겸 저술가. 부산/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제2회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줄리안 아구온 괌 인권운동가 겸 저술가. 부산/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인터뷰] 아구온 괌 인권운동가
한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휴양지인 태평양의 괌이 미군의 핵심적 군사기지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 “보호령”인 괌은 토지의 3분의 1이 미군 기지에 ‘점령’ 당했다.

괌의 시민단체인 ‘차모로 네이션’에서 활동하는 인권운동가이자 작가인 줄리안 아구온은 “괌은 미국의 식민지이기 때문에 이런 심각한 문제와 고통이 은폐돼 왔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한다. 미국은 1898년 괌을 점령한 뒤 20세기초부터 괌의 남부와 북부에 거대한 공군·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이를 계속 확장해 왔다. 괌 북부의 앤더슨 공군기지는 미군의 주요 해외기지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 현재의 이라크전까지 미국의 모든 군사작전의 핵심 거점이 돼 왔다. 괌 주민들은 미군의 잦은 군사훈련과 출격에서 빚어진 유독물질 오염과 군인들의 범죄로 고통 받아 왔다.

북·중 겨냥 기동군 전초기지화

최근 미국이 세계적으로 진행중인 미군 재배치 결과, 괌은 다시 한번 ‘희생양’이 됐다. 지난해 미군과 일본의 협상 결과 오키나와에 주둔해 온 주일미군과 군속 등 5만5000명이 내년부터 괌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특히 이중 8000명은 오키나와에서 수많은 성폭력 사건과 범죄를 일으켰던 미 해병대다. 아구온은 “전세계적으로 미군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철수 요구가 커지자, 미국은 식민지인 괌에 주민들의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않고 병력을 증강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신속기동군의 ‘허브(중추)’로 만들고 있다. 정확한 계획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기지 확대 비용도 괌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미군은 괌 일대에서 ‘용맹한 방패’라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갑자기 늘어난 미군 인력 때문에 물이 부족하자 미군은 주변 마을의 물 공급을 30일 동안 끊어버렸다. “많은 괌 주민들은 이 훈련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제 여론을 통제하는 미국은 항상 북한이 전세계를 향해 도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북한을 겁주고 있다고 느꼈다."

괌 배치 핵무기 한반도 공격가능

동북아 핵문제는 작은 섬인 괌과 의외로 깊숙히 연결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1945년 미군 폭격기는 괌 북부 티니안섬 기지에서 출격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와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괌에는 이미 미군 핵 무기 3개가 배치돼 있으며, 미국은 6개를 더 배치하고 있다. 미국이 이를 이용해 한반도를 공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고향이 인류를 위협하는 이런 끔찍한 곳으로 쓰이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미군은 1940~1950년대에 괌 주변 마이크로네시아에서 여러번의 원폭실험을 실시했으며, 이 결과 지금도 괌 주민들은 많은 기형아 출산, 비정상적으로 높은 암 발병 등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많은 문제에도 “솔직히 많은 괌 주민들은 미군 증강을 지지하는 게 사실이다”라고 아구온은 말한다. ”경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미군들이 더 많이 오면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젊은이들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미군에 입대해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죽어가고 있다.”


그는 문제 해결의 첫걸음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백년의 식민통치를 겪으면서 괌 원주민인 차모로인들의 삶은 완전히 미군에 종속되었고, 미군이 없는 삶을 상상조차 못한다. 정치적 대표권, 미래에 대한 결정권, 경제적 독립도 모두 박탈당했다. 사실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통치전 괌 원주민들은 어업과 무역으로 굳건한 경제와 사회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역사와 문화, 존엄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할 때 해법이 나올 수 있다. 그뒤 기지에 의존하지 않은 대안적 경제구조를 만들고 독립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희망하고 있다.

아구온은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괌에 돌아온 뒤 고향의 문제에 새롭게 눈을 떴다. 시민단체 차모로 네이션에 참여해 기지반대운동, 인권운동, 역사와 문화를 회복하는 교육 운동을 해 왔으며, 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두권의 책을 썼다. 미군기지 문제에 대한 매일 괌을 찾아오는 수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을 향해 그는 “아름다운 자연 뒤에 있는 진실과 감춰진 목소리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부산/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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