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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동북아 평화 위해 초국가적 시민연대를”

등록 2006-10-29 19:23수정 2006-10-29 19:25

28일 도쿄 일본프레스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역할’ 심포지엄에서 실내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28일 도쿄 일본프레스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역할’ 심포지엄에서 실내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일 지식인 심포지움
언론인 등 북과 대화 물꼬를
일본 ‘극동의 이스라엘화’ 우려
한국과 일본 지식인들이 북한 핵실험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와 안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2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도쿄 일본프레스센터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국과 일본의 역할’ 심포지엄은 백낙청·리영희·박형규 등 한국의 대표적 민주인사들과 한국의 민주화·통일을 지원해온 일본과 재일동포 지식인 등 3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참석자들은 아베 정권 출범으로 가속화하는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면서,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해선 국가 차원을 넘은 시민들의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첫 발표에 나선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씨는 일제 식민지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되짚어본 뒤 “앞으로 실체화할 동북아공동체는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에서 인류사회에 중대한 무게를 차지할 것”이라며 “공동체 형성 과정에서 일본이 가장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운명을 함께 하려는 일본이 극동의 영국이 되려고 해왔는데, 요즘 동향을 보면 극동의 이스라엘이 되려고 애쓰는 게 아닌지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며 “중국의 혁명가 쑨원이 타계 직전인 1924년 일본에 들렀을 때 남긴,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서양 패도를 돕는 매나 사냥개가 돼서는 안된다’는 충언은 지금 일본이 상기해야 할 가장 적절한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토 나리히코 교수(주오대)는 “16세기 말 조선침략부터 현재에 이르는 일본의 한반도정책을 직시·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미-일 동맹은 주일미군 재편을 통해 평화공동체는커녕 미-일 군사공동체로 향해가면서 아시아 평화공동체 형성의 최대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북핵 실험 이후 남북관계 경색과 민간통일운동의 입지 축소와 관련해 “남북관계의 일시적 후퇴 또는 답보가 시민참여·민중주도형 통일을 위해 전적으로 불행한 일은 아니라는 신념을 되풀이하고 싶다”며 “한반도식 통일과정의 한 주역으로 자기 위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준비가 부실한 민간통일운동이 더욱 단련되고 성장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재일동포 사회의 화해가 불발에 그친 데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재일사회의 쇄신이 시민참여형 통일에 대한 해외 참여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을 기대했다.

오카모토 아쓰시 <세카이> 편집장은 “일본 국민들이 납치문제에 엄청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냉전의 책임이 일본에도 있다는 당사자 의식의 부재와 전통적인 조선인에 대한 멸시·차별의식에 한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이 대북 제재로만 치닫는 것은 전쟁에 대한 위험인식이 빈약한 때문”이라며 “정부가 안된다면 한·일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일동포 윤건차 교수(가나가와대)도 “동북아 평화에서 일본이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일본 정부 정책이나 국민 의식은 거기에 걸맞지 않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요시다 야스히코 교수(오사카경제법과대)는 일본의 핵무장 등 핵 도미노의 우려에 대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일본·몽골을 포함한 동북아의 비핵화 조약으로 연결시키고, 나아가 북반구·지구 전체로 비핵지대화를 확대해야 한다”며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일 시민들의 연대가 핵심적 존재”라고 강조했다.

종합토론에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청-일, 러-일 전쟁부터 일본의 역사를 훑어보면서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리 전 교수는 “일본은 당시 미국과 영국의 지원을 받아 중국·러시아를 물리치고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로 치달았다”며 “패전 이후 60년의 쓰라린 경험을 잊고 다시 100년 주기의 사이클에 빠져드는 것 아닌가 아시아인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미-일 동맹에 휩쓸려 들어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며 “거기서 빠져나와 아시아 평화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글·사진/도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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