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새벽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초래하고 24억6천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수재)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되기 위해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구속…검찰수사 활기
검찰이 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고 있는 이강원(56) 전 외환은행장을 7일 구속함에 따라, 론스타 관련자들에 대한 무더기 영장 기각으로 주춤했던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미심쩍은 이 전 행장의 행적 = 검찰은 이씨가 2003년 외환은행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잡도록 하면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에 팔리게 한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이씨는 2002년 10월 론스타 쪽이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하는 투자 의향을 나타내자 비밀리에 론스타 쪽과 협상을 추진한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등에는 론스타 외의 다른 전략적 투자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보고했다. 2003년 5월에는 삼일회계법인이 외환은행을 실사한 뒤 론스타와의 매각 가격 협상안으로 제시한 방안을 빼고, 오히려 외환은행의 부실을 늘려잡은 방안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외환은행 이사회에는 론스타 쪽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고, 매각 협상이 사실상 끝나는 2003년 7월 말에야 보고한다. 검찰은 “이씨는 수출입은행 등 기존 대주주와의 협의나 경영위원회의 승인 없이 매각 자문사를 임의로 선정한 뒤 자문료를 지급했다”며 “매각 협상이 거의 끝난 8월 말에야 매각자문사 선정 사실을 경영위원회에 보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3년 2월부터 스티븐 리(37)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개별적으로 호텔 등에서 만났다. 그러다가 8월 론스타 쪽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뒤에도 은행장 유임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인수대금 납입일을 앞두고 론스타 쪽에서 교체 의사를 통보받고 보상금을 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11월 이씨와 임기 3년의 경영고문 계약(8억여원)을 맺었는데, 5개월 뒤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해도 나머지 기간의 고문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또 론스타 쪽은 이씨에게 7억여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검찰은 이씨가 경영고문료와 성과급 명목으로 받았던 15억여원이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대가라고 보고 있다.
헐값 매각 ‘몸통’ 드러날까? = 검찰은 이씨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게 잡아, 은행 인수 자격이 없던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금융감독기관의 고위 인사들과 공모했을 것으로 보고 ‘공범’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씨에 대한 추가 조사 없이도 이번 주말께 금융감독·승인 기관 관계자들을 형사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재경부와 금감원 등의 관련자들이 헐값 매각에 개입한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씨과 공모 관계에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이씨과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선에서 이뤄졌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밝혀, 매각의 ‘배후’를 규명할 수 있는 단서를 어느 정도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씨의 영장 실질심사에서 이씨는 배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는 “당시 부실을 피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확충이 필요했고 론스타는 외환은행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며 “지침에 따라 일을 처리했을 뿐이고, 공개 경쟁입찰을 했더라도 결과는 차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전정윤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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