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파악 못해 대응수위 고심…노선갈등 심화 우려
전·현직 당직자들이 ‘북한 공작원 접촉 사건’에 연루된 민주노동당은 27일 아침 긴급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었다. 회의에서 민주노동당은 이해삼 최고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책기구를 구성했다. 국가정보원 최고 책임자를 국회로 불러 이번 사건에 대한 엄중한 항의의 뜻을 전하고 설명을 요구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당직자들은 또 이날 오전 11시 서울 내곡동 국정원 앞에서 사흘째 ‘신공안정국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해삼 대책위원장은 “민노당 인권위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서고, 검찰청사 앞에서 집회도 열 계획”이라며 “수구언론의 과장·왜곡 보도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해 법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내부적으론 곤혹스런 모습이 엿보인다. 무엇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지 못해, 대응 수위를 정하는 데 고심하는 모습이다. 긴급 체포된 최기영 사무부총장과 함께 일해온 김선동 사무총장은 “최 부총장이 지난해 8월 중국에 간 것은 맞지만, 왜 갔는지, 가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 당 관계자는 “중국 방문은 당직자 신분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이뤄진데다, (최 부총장이) 관련 사실을 당에 정확히 전하지 않아 당에서도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신중히 상황을 파악하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자고 정리했다”며 “일단 청와대가 개입한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여서 ‘정권 차원의 공안 탄압’이라는 전날 주장에서 발언을 좀 완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내 양대 계파인 자주파(민족해방 계열·NL)와 평등파(민중민주 계열·PD) 사이의 노선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중민주 계열의 한 당내 인사는 이번에 체포된 인사들이 모두 민족해방 계열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정책정당 이미지를 굳혀가며 10·25 재·보궐선거에서도 선전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다가도 이런 사건 하나 터지면 말짱 도루묵이 되고 만다”며 은근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다른 당내 인사는 “이번 사건을 놓고 민족해방 쪽은 ‘공안정국 조성에 당했다’는 태도고, 민중민주 쪽은 ‘대중정당이 북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갖지 못하는 건 당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이 당내 갈등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연철 조혜정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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