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조 시장 일본계 업체가 평정
생활자금 필요 40~50대 등 고리사채 피해계층 다양화
생활자금 필요 40~50대 등 고리사채 피해계층 다양화
대부업 양성화 이후 사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리사채의 피해 계층도 다양화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대부업 시장규모가 39조~4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대부업체 수는 4만곳이 넘는다. 10년 전인 1995년 조사 당시, 시장규모 4조원, 업체 수 3천여곳에 비해 열 배 넘게 폭증했다. 고금리를 노린 외국계 대형 자본이 들어오고 중소 ‘토종’ 대부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결과다. 이 가운데 등록업체는 지난 6월 말 현재 1만6367곳에 불과하다. 2만5천여 미등록 불법업체가 활개치고 있고, 등록업체도 불법 행위에서 예외가 아니다.
대부업 시장이 급팽창하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대형 업체들의 광고가 이어지며 이용계층도 넓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나 급히 목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이 주된 이용 계층이었지만, 최근에는 학자금이 필요한 학생, 생활자금이 필요한 중장년층 등이 주요 이용자다.
올해 초 벌인 금융감독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자금이 필요해 사채를 빌리는 생계형 사금융 이용자가 36%로 1년 전(20%)보다 1.8배나 늘었다.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아닌 정상 거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66%나 됐다. 전년(25%)보다 2.6배 늘어난 수치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 대부업체 사장은 “우리는 급여소득이 있는 사람만 대출을 해주는데, 대출자 3000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며 “2002년 처음 시작할 때는 카드 돌려막기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엔 생활비가 필요한 40~50대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런 시장 여건은 외국계 대부업체에겐 대단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66%라는 금리를 ‘합법적으로’ 보장받는 유일한 나라다. 현재 국내 대부업 시장은 일본계 자금인 ‘아프로 에프시 그룹’과 산와머니 등 24개 일본계 대부업체가 평정했다. 아프로 에프시 그룹은 러시앤캐시와 여자크레디트, 파트너크레디트, 해피레이디 등 업체 7곳을 거느린 대부업 ‘재벌’이다. 대출 잔액만 4500억원에 이르고, 유명 연예인을 동원한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2년 한국에 진출한 산와머니의 대출잔액은 2500억원에 이른다.
외국계 대형 은행의 진출도 눈에 띈다. 지난 6월에는 세계적 금융회사인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홀딩스가 페닌슐라캐피탈을 세우며 한국 대부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5월 대부업 등록을 한 한국피에프금융의 주요 출자자는 프라임 파이낸셜 홀딩스 리미트다. 이 회사는 영국계 금융그룹 스탠더드차타드 뱅크(SCB)의 싱가포르 현지 자회사다.
김명일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사무총장은 “한국계 업체 가운데 대출잔액 100억원 이상인 업체는 웰컴크레디라인과 그랜드캐피탈 등 둘 정도”라며 “외국계 대부업체는 자국이나 모회사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수익도 높게 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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